감사원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2, 북악이 서울분지 향해 남쪽으로 흘러내린 동쪽 기슭 언덕배기에 위치하니 이 장소 처음에 누가 물색했는지 알 순 없지만 위치로 보면 참말로 절묘해서 그 아래를 항시 조망하며 감시할 만한 데라 연원이 오랜 사찰로 치면 방장 조실스님 같은 큰스님이 머물며 주지 이하 아랫것들이 사찰을 잘 운영하고 있나 언제나 지켜보는 암자 그것과 천상 같다.
저 감사원은 한자로는 監査院이라 쓰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명칭이 The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of Korea라, 한자도 그렇고 영어도 마찬가지라, 저 감시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기관 치고 좋아할 데라고는 어느 한 구석도 없다.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누가 있겠는가?
audit이라는 말은 요새는 audition 같은 명사형으로 더 익숙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렇다고 저곳이 오디션해서 무슨 일을 할 사람이나 단체를 선발하는 것도 아닐진대, 이 경우 오딧은 audience라는 맥락과 흡사해서 청문聽聞이라 불러서 소명을 듣는다는 맥락이겠거니와, 그런 청문 자리 좋아할 사람 있겠는가?
inspection이라는 말이 그 현장에서는 실질로 어떤 맥락으로 사용되는지를 나는 군대시절 체감을 했으니, 카투사 지원병으로 근무하면서 저 말이 유쾌하게 와 닿은 적은 장담하거니와 단 한 번도 없어, 흔히 사열査閱로 통용하는 저 말이 얼마나 귀찮고 무시무시한지는 단 한 번의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하겠다.
굳이 하고 많은 명칭 중에서도 audit과 inspection을 세웠을까? 전자가 지네 있는 데로 피감 기관을 불러 조진다는 맥락이 아닌가 하며 후자는 그네들이 직접 가서 조지는 맥락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실제 감사원이 수행하는 방식을 일하는 데로 보면 크게 감사원으로 불러 조지는 일과 직접 피감 기관 가서 조지는 방법 두 가지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이 board라 했으니, 조심할 것은 이런 board를 표방하는 기관들이 말하는 보드란 요새 젊은 친구들이 걷기 대신 그 도구로 애용하는 그런 넓적한 보드랑은 상관없고, 또 그 보드라고 해 봐야 몇 명 되지도 않은 친구들이 쏙딱하게 모여 원두커피 내려서 이런저런 결정을 하기는 하지만, 실상 그런 보드를 움직이기 위한 더 거대한 지원팀 supporting team이 있어야 하니, 이들이 바로 저런 보드를 구축하는 실질 핵심이다.
따라서 나는 저와 같은 구조로 움직이는 조직을 보드라 표현하는 방식에는 심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어 혹은 한자어 명칭에서는 원院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 院이라면 집합명사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무슨 아카데미 academy 같은 착란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언제 아카데미였던 적 있던가? 그것은 감시원監視院일 뿐이다. 꼬나 보고 주시하는 그런 일을 하는 감옥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그 존재기반과 권능을 보장한 기관으로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을 보장한 대한민국에서 원칙상 그 감사하는 대상은 국가기관과 지방정부, 그리고 그에 연관하는 공공기관으로 국한하나, 이 비대한 국가권력이 판치는 세상에 국가의 영향이 미치지 아니하는 민간이 어디에 있으랴?
민간에 대한 간섭은 그 어떤 것도 부정하고 부정되어야하겠지만, 감사원이 민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어디 그런 적 있던가? 해당 민간을 관할하고 통제하며 감시하는 정부조직을 조지는 방식으로 민간도 언제건 때려잡더라.
뭐 이런 말만 쓰고 보니 저 기구 혹은 조직은 무척이나 냉소로만 바라본다는 느낌을 주겠지만, 글이라는 게 어차피 그런 숙명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주는 부정 이미지만 부각한 듯해서 못내 미안하다만, 저 친구가 있어 부정부패를 그만큼 견제하고 견제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
애꿎은 칠보사 등꽃 보러 갔다가 어이없는 허탕에 그 주변 일대를 어슬렁거리다 더 애꿎은 저 친구를 조우했기에 몇 자 격발해 긁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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