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5일, 그날인지 아니면 전날인지 베이징 동계올림픽 Beijing Winter Olympics이 개막했거니와, 물론 중국 당국이 마련한 개막식은 한족을 맨꼭대기로 삼으면서도 55개에 달하는 이른바 소수민족을 통합한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으니,
그리하여 그 55개 소수민족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각각 그 민족 의상이라 할 만한 복색을 걸친 채로 중국 국기인 오색홍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연출했으니 앞에 첨부한 사진 두 장이 그것을 웅변하거니와
하나의 중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조선족 역시 그 소수민족 일원이니 그네들이 어떤 복색을 하고 나오느냐를 나름으로는 유심히 지켜보다가 한복이 등장함을 TV 중계를 통해 보고서는 그 순간에 다음과 같이 내 sns 계정에 적었으니
혹 이 장면을 두고 국뽕 비즈니스가 일까봐 미리 말해둔다.
그럴 필요없다.
이 의도는 중국이 한족과 소수민족 연합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으며, 조선족 또한 그 소수민족 또한 분명하거니와, 한복은 소수민족 조선족 상징화 장치로 한복을 입혔을 뿐이다.
이는 거꾸로 한복이 조선족 고유의상 혹은 그 표식임을 보여준 것이다.
Beijing Winter Olympics open
물론 한복, 혹은 한복을 걸친 조선족이 중국 오성홍기를 든 모습이 마치 그것을 표상으로 삼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향해 조공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우려는 없지는 아니하나, 저런 강제 국가통합 이미지야 우리 역시 너무 자주 써먹는 빤한 수법이고 또 그네들 내셔널리즘으로서는 하등 이상할 바 없었으니
그렇다고 조선족이 현대 중국을 구성하는 소수민족 일원이 아니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엄연히 그 당당한 일원임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저와 같이 적은 이유는 저 장면을 빌미로 한복 민족주의를 떠들고 나설 이가 틀림없이 득세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거니와,
마침 저 무렵에 한복을 향해 중국 사회 일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중국에서 유래했느니, 혹은 아예 중국 복식이라느니 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를 향한 한국 사회 내부의 성토가 무성할 무렵이라,
그런 분위기와 합세해 전후맥락 혹은 사정은 전연 고려치 아니하고 어슬픈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움직임이 나타나리라 봤기 때문이었다.
우려 혹은 예상은 적중했으니 당장 그 이튿날 가뜩이나 그 무렵 '한복공정'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한껏 주가를 올린 서경덕이라는 이가 역시나 이때다 싶었는지 중국이 자기 것이라 해서 빼앗가 가려는 한복을 지키자 호소하고 나섰으니, 그의 이런 언동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아니했으니
이 장면들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그의 지적과는 전연 딴판으로 저 장면은 우리가 통념으로 인식하는 한복이 한민족 복색임을 만천하게 공포한 것이다.
한복을 걸친 조선족이 혈통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대한민국과 북한을 구성하는 그 혈통과 다르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가 흔히 한민족이라 통칭하는 그 민족 ethnic group을 표상하는 복색은 한복임을 확정한 것이다.
나는 서경덕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알았다고 본다. 그럼에도 교묘하게 비틀어 저걸 통해 한복공정을 부르짖으면서 한복을 지키자 호소한 것은 분명 다른 저의가 있다고 본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내가 알 수는 없거니와 그것이 무엇이건 그의 호소는 나름 효력을 발휘해 저와 같은 주장은 중국이 진짜로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 한복을 자기네 고유 복색이라고 확정하고 그것을 한국에서 빼앗아가려는 것처럼 호도된 흐름 하나를 형성하기에 이르니 그 흐름을 나는 주시한다.
옛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를 배경으로 조금은 야시시하게 보이는 한복 사진 몇 컷 찍은 걸 두고 반일 정서까지 호소하며 값싼 내셔널리즘을 거덜먹거리며 품격인지 품위를 팔아먹은 탁현민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며,
그 복수는 생각보다 그 숫자가 아주 많다는 데 한국 내셔널리즘이 탑재한 심각성이 도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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