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계, 특히 무형문화재계에서 신파란 무엇이며 구파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신파는 종목 중심이라 그리하여 그 기예능 보유자가 있건 말건 중시하지 아니한다.
반면 구파는 이른바 인간문화재주의라, 사람 중심이며 기예능 보유자를 중시한다.
따라서 신파는 활용 산업을 염두에 두며, 구파는 생명 연장에 방점을 둔다.
저와 같은 기준에 의하면 지난 7월 ‘한복생활’에 대한 국가무형문화재지정은 신법당 소행인가 구법당 소행인가? 말할 것도 없이 전자의 소행이다.
그 명칭을 두고 어찌할 것인가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거니와, 암튼 그리하여 저 명칭으로 최종 낙찰되어 문서화했다.
한복생활이 어찌 그것을 전승 계승하는 사람을 염두에 둘 수가 있겠는가? 종래 혹은 고래古來의 문화재 관념에 의하면 한복생활은 문화재가 될 수도 없고, 설혹 된다 한들 누굴 그 기예능 보유자로 인정한단 말인가?
어떤 점에서 무형문화재는 신파와 구파가 갈라지는지를 이 한복생활이 아주 명징하게 보여준다.
종래 혹은 고래의 무형문화재관념에 의하면, 첫째 그 지정 대상은 전승 위기에 처해야 하며, 둘째 그런 까닭에 그 기예능은 극히 소수만이 가문의 비법처럼 전수해야 하고, 셋째, 그런 까닭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하면 그 전승 명맥이 그나마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어야 했다.
이 절체절명한 의식에서 발로하는 문화재 분파가 구파舊派 혹은 구법당舊法黨이며 그 자양분은 언제나 전승 위기라는 감성 호소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서 이런 방식의 문화재보호방식이 때론 필요하다는 정당성까지 부인할 순 없지만, 몇 사람 혹은 한두 사람만이 전승하는 그런 기술 공예는 간단히 말해 시대 소명을 다해 그러한 상황에 처한 것이니, 더욱 간단히 말하자면 시대에 버림받은 데 지나지 아니하니 그건 그것대로 그 소멸을 막기 위한 움직임진 부인하진 않되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쪽이 신파新派 혹은 신법당新法黨이다.
세력 분포를 보면 좀 특이한 점이 있어 국내랑 국외 두 군데로 갈라 따져야 하는데 그 양상이 전연 반대가 되는 까닭이다.
우선 국내를 보면 압도적인 구파 득세라 무형문화재 위원 구성을 봐도 종래 인간문화재로 먹고 사는 사람 일색이다. 이들은 자고로 문화재가 할 일은 과거를 지키며 이를 발굴하며 이를 통해, 그니깐 그 기예능 보유자를 발굴해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국가 혹은 지자체가 그들한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전승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그 전통이 단절함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무대로 가면 이런 흐름은 아예 종적을 감추어 고고학 영역으로 편입되고 마니 저런 장사는 예컨대 유네스코를 무대로 보건대 그네들이 비록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물 혹은 문화다양성을 부르짖기는 하나 호소력도 없고 말발도 먹히지 아니해서 압도적 신파 중심주의가 득세한다.
인류무형유산을 예로 들건대 이 제도 도입 초창기만 해도 우리는 유네스코에 구파 종목들을 들고 나가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종래엔 무형유산으로 생각지도 못한 김치담그기(김치가 아니라 김치 메이킹 앤 셰어링이다)를 고비로 이젠 압도적인 신파 우위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복생활을 지정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문화재위에선 신파와 구파 사이에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는 사실만 적기해둔다.
다만 저 신파 구파는 생각만큼 딱 갈라지지는 아니해서 그것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그걸 밀어부친 신파 쪽에서도 적지 않은 내셔널리즘이 작동했다는 논급은 미리 간단히 해두고 다음번 한복 시리즈 강설 대미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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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계에선 신파의 등장은 한국문화재사 대서특필할 사건이다.
종래 인간문화재 중심 무형문화재 제도 행정은 2013년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는다.
그해 12월 31일 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고도 해당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길이 열게 되는데,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그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에 따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이나 '김장문화'와 같이 마땅한 기·예능 보유자를 지정할 수 없거나 곤란한 종목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중요무형문화재는 그 종목에 해당하는 기능이나 예능보유자가 있어야만 지정할 수 있었다.
이를 시발로 2015년 3월 3일에는 무형문화재법이 문화재보호법에서 독립하기에 이른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무형문화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이 2012년 11월 7일 대표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하는 이 법률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2003년)에 따라 무형문화재 보호제도와 정책의 틀을 새롭게 마련하고 무형문화재의 사회적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각종 진흥정책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로써 무형문화재법은 한국 문화재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재보호법에서 분법分法했다.
구체로 보면 무형문화재법은 유네스코의 기준에 맞추어 무형문화재의 범위를 확대하고, 세대 간 전승과정에서 변화하는 특성을 고려해 '원형유지'에 대응하는 '전형典型유지' 원칙을 도입했으며, 대학을 통한 전수교육제도를 신설해 기존의 도제식 전수교육과 병행토록 했다.
무형문화재는 유형문화재에 견주어 여러 모로 한국문화재정책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는데, 이 새로운 무형문화재제도는 여전히 구석기 시대를 헤매는 유형문화재 행정 제도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는 점도 대서특필해야 한다.
유형문화재를 지탱하는 근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원형'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유령이라, 언제나 이 친구들은 없는 원형이라는 허상을 부여잡고 그것을 지키고자 혹은 찾아가고자 그 유산이 현재에 이르는 과정에서 켜켜이 누적한 유산들은 정작 깡그리 부수어버리는 정책을 고수하는데 견주어, 무형문화재 역시 한 때는 원형 타령을 일삼았자만, 그 원형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그 자리에다가 전형典型을 갖다 놓은 것이다.
원형과 전형은 무엇이 다른가? 이걸 논하자면 별도 코너가 필요하거니와, 간단히 말하면 원형은 과거 어느 특정 시점(대체로 창건기)에 고정한 그 상상한 모습이며, 전형은 그런 틀은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시대 흐름을 따라 변모하는 변화의 집합들이다.
원형이라는 괴물을 버리고 전형을 도입함으로써 무형문화재는 비로소 변화를 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저때 분법에 따라 문화재보호법상 기·예능 중심으로 한정하던 무형문화재는 범위를 ▲ 전통적 공연·예술 ▲ 공예·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 구전전통 및 표현 ▲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儀式) ▲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의 7개 범주로 확대했다.
이어 2016년 3월 28일에는 무형문화재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승체계를 다변화하기 위한 새로운 무형문화재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 앞선 그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무형문화재법이 독립한 데는 유네스코가 2003년 만든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당시 문화재보호법으로는 저에서 요청하는 무형문화재재 현안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무형문화재법 시행에 따라 종래 무형문화재 업부의 거의 절대 다수를 점한 기능과 예능은 한 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전통 생활관습, 한의약·농경·어로 등과 관련된 전통지식, 구비 전승이 무형문화재가 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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