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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단아한 엄마주의 엄격한 시어머니주의, 한복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적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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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K팝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Billboard 200을 그제 쓸어버린 블랙핑크 신작 정규 2집 "Born Pink"는 타이틀곡 "Shut Down" 공개에 앞서 선공개로 "pink venom"을 앞세워 세계시장 공략을 시작했으니 그 뮤직비디오는 아주 강렬한 거문고 연주로 대문을 열어제친다.

내가 먼 모습으로라도 혹은 그 뒤태만 보고도 그가 네 멤버 중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 거문고 퉁기는(혹은 그 시늉을 하는) 이는 넷 중에서서 가장 인물이 반반하다는 지수 Jisoo 아닌가 하거니와, 그가 누구건 이 이야기 대세엔 지장 없으니 암튼 그가 한복 차림 비스무리한 치렁치렁 치장한 모습으로 새장 혹은 철장에서 거문고를 튕기는 장면으로 이 비디오는 문을 연다.

BTS와 더불어 K-pop을 선도하는 이 걸 그룹이 단군조선 이래 그 어떤 갖가지 한복홍보대사가 한 일보다 더 많은 일을 단 한 순간에 해 내며 열라리 한복을 세계시장에 팔아제꼈다.

이 뮤직 비디오에선 이 prelude만이 아니라 특히 그 멤버 지수는 다른 신세대 혁신 한복 혹은 그와 세트인 각종 악세사리로 온몸을 무장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곤 하거니와, 나는 저와 같은 현상을 한복업계 주체라는 관점에선 불은 우리가 지폈으니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나머지는 한복업계 혹은 한복업자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사자후로 본다.

비단 대중문화업계서 한복을 착목한 시도가 이 한 번뿐이었으며 블랙핑크 혼자뿐이었는가? BTS도 툭하면 설날이니 추석에 즈음해 한복 걸치고선 아미들을 향한 인사를 해제꼈고 그 멤버 슈가는 아예 대취타 뮤직 비디오를 한복 걸치고 갓 쓰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더 정확히는 그들이 걸친 한복을 바라보는 눈은 어땠는가? 물론 이 시선이 단수일 수는 없어 복잡다기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이 자리서 지적하고 싶은 대목은 이른바 정통 혹은 전통을 자처하는 한복업자들 시각이라, 그것이 한결같이 몹시도 비난과 질시 그리고 조롱뿐이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삿대질을 해댄다. 저게 한복이냐고 국적도 없는 싸구려라고 심지어는 왜색이 짙다느니 하는 갖은 비난과 조롱을 퍼부어대느라 여념이 없다.

 

이게 한복 아니라면 무슨 개떡이란 말인가?

 

블랙핑크 얘기 나온 김에 이들이 지난 2022년 6월 26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입고 공연한 한복을 두고 한복업계에서 얼마나 많은 질타와 조롱을 쏟아냈는지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거니와, 이들이 당시 이 무렵에는 전통 문양을 새긴 저고리와 한복 치마를 걸치고 공연하곤 했다. 

이 의상은 단하 라는 디자이너 제품으로 당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2년 전 단순히 한복이 좋아서 창업할 때만 해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 옷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걸치고 공연한 이 의상을 두고 한복업계는 기가 차다는 반응이었으니, 그래 배꼽까지 훤히 내어놓은 그 의상이 전통 혹은 정통이라는 관점에서 한복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한복 아니라면 무슨 개떡이란 말인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전통 혹은 정통 한복을 한다는 사람들이 반드시 그네들이 생각하는 전통 혹은 정통 한복을 걸치고 나와서는 왜곡이라느니 한복에 대한 모독이라느니 하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목도한다. 

 

이게 한복 아니면 개떡이니? 품위 손상? 왜색? 제발 말 같은 소리 좀 해라

 

미안하지만 한복 세계화를 가로막는 우리 사회 적들은 한복은 자고로 이러해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한 바로 그 정통주의 전통주의에 다름 아니다. 나는 이런 한복주의를 저와 같이 단아한 엄마주의 엄격한 시어머니주의로 명명한다. 

그래 그네들이 말하는 정통 혹은 전통 한복이 아름답다는 걸 내가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곧잘 저와 같은 꼰대로 치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통 혹은 정통 한복을 걸친 중년 여성을 볼 때마다 심술통 시어머니밖에 더 떠오르는가? 

왜 한복이라 해서 고집불통을 고집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그 뒷다리 부여잡고 그것이 한복입네 그것이 정통입네 전통입네 하는 타령만 일삼을 작정인가? 왜 한복은 배꼽티가 안 되는가? 왜 한복은 속빤스가 보일랑말랑하는 핫팬츠는 안 되는가? 왜 한복은 아래쪽 혹은 위쪽 가슴 절반을 내어놓아서는 안 되는가?

내가 아는 패션은 여타 다른 사회부문이랑 마찬가지로 파격과 새로운 실험을 거듭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왜 유독 한복만은 우와기 걸치고 대님을 매어야 하며, 시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그 저고리를 고집해야 하는가? 

그 조롱하고 비난할 시간에 저런 파견으로 거듭한 새로운 한복으로 왜 세계시장을 공략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시어머니 혹은 엄마가 자식 결혼식장에서나 혹은 환갑 칠순잔치에나 걸치는 그런 한복만을 한복이라고 강요하는가? 

판 깔아줬다. 블랙핑크라는 월드스타가 깔아준 판을 이용하지는 못할망정 그네가 걸친 한복이 한복이 아니라며 왜색이 짙네 어쩌니저쩌니 투덜댈 시간에 나 같으면 그네가 걸친 그 의상 들고 나가 밀라노 가서 장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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