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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승복의 반란, 우리도 한복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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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문구가 무서바여



이게 아마 승가에도 제대로 홍보되지는 않는 걸로 아는데 승복을 걸치면 경복궁 공짜로 입장한다. 혹 이런 사실을 모르는 분, 특히 비구나 비구니가 계신다면 앞으로는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서셨으면 한다.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사대궁과 종묘까지 다 아닌가 싶은데 암튼 문화재청 직할 돈 받는 문화재 시설에 언젠가부터 한복 차림이면 공짜! 제도를 시행했으니 한국 한복산업 진흥에 이 정책이 실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팬데믹 이전 경복궁 주변에만 해도 수십군데 난립에 가까운 한복 대여점이 웅변한다.

이 제도가 재미를 보다가 문제가 생겼다. 어디까지를 한복으로 볼 거냐 하는 논란이 그거였으니 이게 실은 심각한 사안도 있었다. 예컨대 개량 한복도 한복으로 볼 것인가? 이게 아마 해주는 걸로 결론나지 않았나 하는데 자세한 건 모르겠다.

개량 한복도 한복인가? 이는 한복에 대한 근간의 의문제기다. 개량 한복? 그런 한복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이십년 전? 까지만 해도 듣보잡이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전임 종로구청장이다. 이 냥반 한복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서 종로를 범람하는 한복 대여점 한복들이 거풀데기만 한복이요 속내는 한복이 아니라는 신념이 투철하시어 저 따위 한복은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로 하기에 이르렀으니 이 소동은 이내 잦아들었다.

왜 그는 불만이었을까? 그 한복이 중국산이 대부분이요 하는 그런 맥락도 없지는 않겠지만 암튼 거리에 넘쳐나는 한복이 실상은 어우동 복이라는 데 있었다. 저게 기생 옷이지 한복이냐? 간단히 이런 불만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설혹 어우동 복이라 해서 그것이 한복이 아닌가? 누가 아니라 장담하겠는가?

하지만 저런 일들은 승복 논란에 견주면 실상 암것도 아니다.

이태전쯤 문화재청으로 민원이 날아들었다. 요지는 승복도 한복이니 승복도 공짜로 궁 입장케 하라! 그거였다.

웃을 일? 천만의 말씀이다. 그 논리는 아주 명쾌하고 논리적이기 짝이 없었는데

우린 소수림왕 이래 천칠백년이나 같은 옷을 입었다. 이것이 한복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문화재청은 결국 할 말이 없어, 혹은 조계종이 무서봐서 그래 승복도 오늘부터 한복이다! 고 선언하고 말았다.

저 말 거짓이다. 승복이 안 변했다고? 그것도 끊임없이 변해 오늘에 이른다.

승복이 한복이라고? 거꾸로 묻는다. 아니라는 반론 있는가?

우리가 한복이라 믿고 있는 이미지는 철저히 주입과 강박과 교육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상상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상상의 집합 말이다.

그 상상은 철저히 시대의 산물이며 임의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상상은 고정불변이 아니요 끊임없이 움직인다.

승복이 한복이냐고 따지지 않을 거 같으면 그 상상하는 한복에서 배꼽 아래 바짓가랭이 다 짤라내고 남은 그 나머지도 한복이냐 따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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