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상이 특히 심한 곳이 고고미술 계통이다.
특히 그것이 물건 감정과 연동할 때, 격렬한 우려가 돌발한다.
왜 그런가?
소위 일반 대중의 전문가에 대한 요구 수준이 있다.
고고미술학과 유물 감정은 나는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보는 눈이 어디 그런가?
어떤 물건 느닷없이 갓다대면, 소위 전문가는 대뜸 그것이 무엇이며, 어느 시기 제작품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모르겠다 하면 대뜸 돌아오는 반응은
"전문가랍시고 행세할 땐 언제고 물건 하나 볼 줄 모르냐"는 비아냥이 따르기 마련이다.
작금 천경자 작품이라는 어떤 그림을 둔 위작 논란이 첨예하거니와, 나는 전문가인 것과 물건 감정은 다르다고 본다.
물건을 가장 잘 보는 사람은 실은 인사동 골동품상들이다.
그들만큼 물건 잘 보는 이 없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위작 논란이 터지는 까닭은 소위 전문가들의 감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역설, 다시 말해 "모름지기 전문가라면 물건을 감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 믿음, 혹은 강요가 원인이라고 본다.
그에 더불어 골동품상 사이에는 이해 관계가 깊이 개입하는 까닭에 위작 시비는 항용 터지기 마련이다.
나는 전문가라면 모름지기 오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위작 진품 감정이야 그것이 돈과 연결되고,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니 조금 다른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고 치자.
나는 화랑세기를 소위 진서로 보는 사람이다.
내 확신이야 100%지만, 오판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틀리는 것으로 밝혀진다 해서 나는 틀린 나를 부끄러워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내가 진서로 보는 까닭에 그것을 다른 동학들이 진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픈 생각 역시 눈꼽만큼도 없다.
그런 점에서 나름의 확신과 연구성과에 따라 그것을 가짜라고 판정한 사람들도, 그 자체 내 공격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한편으로는 나로서는 고맙기 짝이 없다.
문제는 침묵하는 다수다.
저 논쟁 치열한 듯하지만, 실은 한줌에 지나지 않는다. (2017.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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