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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싹수 있는 친구가 끝까지 가는 경우 못 봤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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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어리거나 젊은 시절에는 싹수 있다 해서 지켜본 친구로 간단없이 맹진해서 그 분야에 대성하는 친구 내가 거의 보지 못했다. 이 경우 싹수란 주로 학문을 두고 말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보니, 장기지속으로 지켜보는 친구가 꽤 많은데, 다 중간에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하다가 범생이로 전락하고 마는 꼴을 너무 많이 봤다. 

이것도 경로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예서 관건은 밥줄이다. 이 밥줄이 사람 환장케 하는 까닭은 밥줄을 확보하면 확보하는 대로 그대로 퍼질러져서는 어느새 기성이 되어 버리고, 또 그 반대는 밥줄 해결하느라 진을 빼다가 기어이 그 길을 단념하고 마니, 도대체 중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히딩크도 말했듯이 결국 성공을 담보하는 절대 조건은 헝그리 정신이니, I AM STILL HUNGRY야말로 성공의 제일 조건이다. 그 헝그리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다 퍼질러진다.

그때부터 대가연하면서 그때부터 입만 열면 하는 말이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라는 레파토리니, 그래 고생한 것은 알겠다만, 고생했다는 것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마뜩한 사진이 없어..본문과는 관계없다.



이는 유학파들한테서 현저하게 나타나는데, 조금이라도 그네들 연구수준을 따지고 들랍시면 매양 팔아먹는 말이, 우리는 임나일본부 때려 부수러 일본 유학을 했다는 말이니, 기가 찬다.

임나일본부 때려부순다는 자세로 젊은 시절 허기짐을 견디며 유학생활을 했다면, 진짜로 괜찮은 연구성과를 쏟아내야는 거 아닌가? 그렇게 고생해서 내놓는 연구수준을 보면 더 기가 차서 그럴 거 같으면 왜 유학을 했단 말인가? 하는 욕이 입밖으로 터져 나온다. 

연구의 안정화를 획책한다며 주로 대학 교수직을 지망하거니와 그래 그 자체야 무엇이라 하겠는가? 한국사회에서 그만큼 연구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자리는 아직 찾기 어려우니깐 말이다.

물론 이 교수직도 천차만별이기는 하다만, 그리해서 괜찮다는 수도권 대학이나 지방 거점 국립대학 같은 데 기어이 안착하고서는 또 그대로 퍼질러지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봤다. 

그런 자리에 가서 낸다는 연구수준을 보면 하나 같이 기가 차서,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다간, 무슨 사적지정 회의 같은 데 끌려가서 돈 받고 발표하는 짓거리를 일삼는가 하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토론좌장하고, 기조강연하며 대가연하는 체 하다가 어느 새 해는 뒤여뉘엿지는 꼴이라, 그렇게 망가져간 놈이 한둘인가? 

공부다운 공부, 연구다운 연구라고는 단 한 편도 내놓지는 못하면서, 이런저런 자리 강연회 같은 데 불려가는 재미 혹은 겉멋만 한껏 들다가,

평소에는 그렇게도 기레기 언론 욕을 해대다가고 용케 정기 기고문 자리 하나 얻거나 테리비 고정 출연 자리 하나 얻으면 또 그걸로 대가가 된양 거들먹거리니 이 꼴을 보니 구토가 아니 나겠는가? 

그런가 하면, 저 젊은 친구 싹수 좀 있다 해서 이리저리해서 데뷔케 하고, 뭔가 쓸만하다 해서 좀 키워놨다 싶으면, 배은망덕 후안무치하기가 비할 데가 없어 다 지가 잘나서 그리된 줄 까부는 놈도 부지기로 봤다. 

그래도 제일로 안타까운 이들은 비록 꿈은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생업전선에 휘말리고, 또, 일이라는 데 치여 살다 그만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잃어버리고 사그라져가는 친구들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입에 풀칠 하기도 버겁다는 이유로, 그렇게 꿈조차 상실해 버리고는 사라져가는 친구들이 나로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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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존경하는 산청의 도자 장인인 민영기 선생님 왈, 일본의 막사발 재현. 그걸 이겨보겠다고 가서 사발을 빚을 때는 내 것이 하나도 없더니 그걸 벗어 던지고 나서야 그릇이 보이더란 말씀을 하시더군요.  강박과 콤플렉스는 결국 우리를 근본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가시철망이요 자존감을 바닥에 떨궈 버리는 독약이더란. (김충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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