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 언덕 아크로폴리스 Acropolis 를 정좌한 파르테논 Parthenon 신전 외부 장식물을
그리스 쪽에서는 장소성에 의미를 두어 파르테논 마블스,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 the Parthenon Marbles이라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엘긴 마블스, 엘긴 대리석 조각 the Elgin Marbles 이라 부르는 일이 많은 듯하다.
문제는 저 엘긴 Elgin.
그는 이름이 좀 복잡해서 토머스 브루스, 엘긴 제7대 백작 겸 킨카딘 제11대 백작 Kincardine Thomas Bruce, 7th Earl of Elgin and 11th Earl of Kincardine (1766~1841)이 정식 타이틀? 이지만 누가 이렇게 부르겠는가?
흔히 로드 엘긴, 엘긴 경 Lord Elgin이라 부르는 그는 영국 귀족이면서 외교관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지독한 고물 컬렉터였다.
그리스가 오토만제국 치하에 들어가 있던 1798년 12월, 오토만 주재 영국 대사로 지명되어 이듬해 11월 6일 오토만 제국 수도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그는 1803년 1월 16일 콘스탄니노플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여러 전문가를 자기 비용으로 고용해 그들을 아크로폴리스로 보내서 파르테논 신전 조각들뿐만 아니라 인근 에레크테이온과 같은 신전에서도 다른 대리석 조각들을 뜯어내 1803년 배로 싣고는 영국으로 옮기게 했다.
엘긴 자신은 이 일을 오토만제국 허가를 받아 했다고 했고, 또 그에게서 뇌물을 받았는지 뭔지 괴테는 잘한 일이라 했지만, 벌써 당대의 기린아 시인 바이런은 반달리즘이라고 호된 비판을 퍼부었다.
그런 논란 속에 결국은 브리티시 뮤지엄으로 넘어간 이 대리석 조각들이 현재에까지 이 박물관 소유로 내려온다.
이 일은 설혹 그의 주장대로 오토만제국 허가를 받아서 한 일이라 해도 있을 수 없는 약탈행위이며 당연히 그렇게 습득한 조각들은 더 당연하게도 그리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각종 말도 되지 않은 제국주의 논리로 반환을 거부하던 영국 정부가 최근에는 그런 대로 눈에 띨 만한 변화가 있고,
이를 빌미로 양국 정부 혹은 관련 기관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물밑 협상이 있었던 모양인데 막판에 결국 하나가 걸려들어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반환 방식이다.
그리스야 당연히 조건없는 완벽한 반환을 요구하지만, 영국은 여러 체통도 걸려있고, 또 무엇보다 관련 국내법이 브리티시 뮤지엄 소장품은 그 어떤 형식의 반환도 금지한 대목이 문제다.
이에 영국으로서는 나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영구대여 형식을 통한 실질적인 반환을 내세운 모양이지만, 그리스 정부는 무슨 소리냐? 그냥 당장 내놔라! 이리 맞서는 형국이다.
양쪽 논리가 어느 정도는 각기 타당성을 구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영국 정부나 브리티시 뮤지엄을 코너로 몰고 있다.
2023년 7월 영국에서 유고브YouGov 라는 설문조사회사인지가 그 반환 여부를 두고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64퍼센트가 돌려주라 했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그간 집요한 반환운동이 영국 국민 정서까지 동조를 얻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정부는 적어도 겉으로는 네버에버 임대 형식을 통한 영구반환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왜?
당연하잖아? 우리 것을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는다는 게 용납하겠는가?
무엇보다 정부가 그러고 싶어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대 저 문제는 결국 영구임대 형식으로 그리스로 간다.
왜? 우리가 그랬자나?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한 우리 고도서류를 그런 형식으로 돌려주지 않았던가 말이다.
우리 역시 초반에는 말도 안 된다 길길이 반대했고, 나 역시 그랬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외규장각 도서는 여전히 우리 소유는 아니고, 5년 단위인가로 매번 임대계약을 갱신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 것이 아닌 것도 아니니, 어정쩡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은 저 방식이 당시로는 최선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저걸 소유권까지 돌려주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지만, 그 법 개정이야 훗날 한다고 핑계대고 우선은 영구임대 형식으로 돌아가리라 본다.
외규장각 도서가 뚫은 영구임대 형식을 통한 반환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파르테논 대리석에서 어른어른함을 본다.
이 협상을 진행한 양국 당사자들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형식을 모를 리 있겠는가?
그리스 총리, 영국에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 거듭 촉구
송고시간 2024-01-26 02:50
지난해 11월 외교갈등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공개 요구
https://www.yna.co.kr/view/AKR20240126003900109?section=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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