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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팔도강산, 갓집이 주인을 찾아라!-최종회-

by 여송은 201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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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연구원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이히힝~~!

다급해보이는 말발굽소리가 들립니다.

말을 타고 누군가 갓집이를 찾아왔나봅니다!

 

 

한편, 그 시각 조정에서는...

 

진지 '오량관'

조선시대 관원이 조복과 제복 차림에 착용했던 관모다. 관품에 따라 양의 수가 달랐는데, 이 양관은 오량관五梁冠으로 1품 관원이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허허.. 요즘 세간에 갓집이라는 자가 자기 주인을 찾는다고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녀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여간 문제가 아니구려. 이리한다면 부유한 이들은 유려한 갓집이의 자태를 보고 집이 있어도 또 사들이려 할 것이며,

반대로 생활이 곤궁한 이들은 집도 없이 산으로 들로 떠돌아 다니게 되지 않겠소. 허 참 걱정이구려.  

 

 

아얌아얌한 '아얌'

비단과 담비털로 만든 조선시대 여성용 방한모 중 하나로, 이마를 둘러 가려주므로 ‘액엄額掩’이라고도 한다. 아얌드림을 아얌 뒤쪽에 고정해 함께 쓰고 다니기도 하였다.

 

어머! 웬일이니~~웬일이니~~~!

저분 왜 이렇게 진지하셔?!! 집값? 곤궁? 산? 들? 도통 뭐라고 하시는 건지.

아무튼 나도 갓집이 한 번 만나봐야겠어. 겨우내 밖에서 달달 떨고 다니니깐, 쉴 때는 추위도 녹일 겸 갓집이 속에서 푹 쉬어야 겠어.  

누구 나랑 같이 갓집이 만나러 갈 사람 없나요~~~?

 

 

수줍은 척 했드래요 '족두리'

혼인한 여성이 예식에서 격을 차리기 위해 착용하던 것으로, 움푹 들어간 중앙에 화문花文으로 옥을 투각하여 옥판을 붙여 장식하였다.

 

아얌언니, 혹시 저도 같이 가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단아하고 예쁘면 뭐해요. 의례 때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멍때리며 독수공방하는데...

그럴 거면 아무한테도 안 보이게 갓집이 안에서 마음 편히 있고 싶어요. 

 

할 말은 한다우 '상모'

농악을 할 때 농악대가 전복을 입고 삼색 띠를 두르고 머리에 썼던 모자이다. 꼭지에 종이로 꾸민 장식을 붙여 머리춤[首舞]을 출 때 사용하였다.


 

내레 피양에서 왔시요! 듣자듣자하이 족두리 동무, 말 참~이상하게 하오.

내레 족두리 동무가 집이 있는 걸 다~~알고있는디 앙큼시리 또 갓집이를 찾아가오?

날래 래일 우리 오마니 모시고 온양으로 내려가깃소. 내레 살까기(다이어트) 쪼매 하면 들어갈 것 같긴디,

갓집이 동무 기다리라우!!

 

 

아...아니야ㅠㅠ 아니야 ㅠㅠ 오지마 ㅠㅠ 

주인님, 도대체 어디 계신가요? 태어나시긴 하셨나요? 

울고싶어요 엉엉 ㅠㅠ

 

 

그때, 갓집이네 문이 열리는데!

끼이익...

 

 

 

you are my destiny '흑립' 
조선시대 남성의 가장 일반적인 외출용 모자이다. 말총과 대오리를 곱게 짜 양태涼太와 갓머리를 각각 제작한 후 결합한 뒤,
사紗를 씌워 검게 옻칠하였다.

 

세요? 갓집이가 주인을 찾는다 해서 찾아왔는데 아무도 안 계십니까?

건넛마을 현감댁 장녀가 시집간다 하여 다녀오느라 좀 늦게 오긴 했는데... 아무도 안계신가요. 

 

주인님!! 왜 이제야 나타나셨나요!!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

양태(凉太 얼굴을 가리는 차양 부분)와 저 모자(帽子 머리를 덮는 부분)의 자태, 귀품이 흐르는 저의 주인님이 맞습니다.

정말 많이 찾아 헤맸습니다.  지쳐서 대강 맞춰 아무 주인과도 살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이리 나타나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같이 있기로 해요. 편히 모시겠습니다.

 

 

 

 

팔도강산, 주인을 찾아 나섰던 갓집이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자신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둘, 잘 맞아 보이죠.

그렇게 둘은 서로에 의지하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주인을 찾았으니, 갓집이 앞에 줄 서 있던 '유건', '사방관', '조바위' 등등 모두 허탈하게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갓집이 주인찾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말에서 턱! 하고 갓집이 앞에 내렸습니다. 딱봐도 풍채가 어마어마 합니다.

 

 

뒷북 '투구'

충청남도 민속자료 제28

18세기 투구로 철제 바탕에 은으로 당초무늬 상감을 하고, 용·봉황을 붙다. 짧은 차양 밑 이마받이에는 난조鸞鳥를 조각한 옥판을 달았다.

 

변방에서 오느라 제가 좀 늦었소!!!

갓집이가 주인은 찾는다 하여 내 이리 전력질주를 다하여 달려왔소! 음하하하!

 

 

 

 

아... ;;; 이미 늦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이런... 말발굽소리 주인공은 투구였군요.

딱 보아도 범상치 않은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 변방에서 온 뒷북 투구는 다음에 더 자세히 만나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투구나으리 변방에서 달려오느라 갓집이가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못들었나 봅니다.

 

이렇게 투구나으리까지 돌아가고,

갓집이는 흑립 주인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잘 쉴 수 있도록 안락한 공간을 내어주며

둘은 평화로운 날들을 오랫동안 보냈다고 합니다.

 

팔도강산, 갓집이 주인을 찾아라! 끝~~~!

 

*글 속 모든 등장인물(?)들은 온양민속박물관에 오시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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