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송은의 뮤지엄톡톡

팔도강산, 갓집이 주인을 찾아라!

by 여송은 2019. 5. 28.
반응형

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연구원 



 

평화로운 온양민속박물관.

 

그런데 어느날, 갓집이가 자신의 주인을 찾는다는 방을 전국에 붙이는데... 

 

 


저의 주인을 찾습니다!!

저와 꼭 맞는 분이 계시다면 평생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갓집'입니다.  


잠시 제 자랑을 좀 하자면, 보시다시피 옵션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나 하나 말하기에는 입 아프지만, 대표적인 거 딱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한지로 만들어 매우 가볍고, 내구성 또한 뛰어납니다. 


둘째로 옆에 아코디언처럼 접피는 제 허리 보이시나요? 질긴 종이로 절첩식으로 만들어 접었다 폈다 아주 들어가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그냥 몸만 들어와서 살 수 있게 최신 트랜드에 맞춰 '팔괘', '박쥐 문양'으로 도배 싹 했습니다.

 

 

 

은은한 박쥐 문양 보이시죠?


복 많이 받으시라고 복을 기원하는 박쥐를 네 귀퉁이마다 오려 붙였습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동그라미 친거 보이시죠?

놋쇠로 만든 막음장치입니다. 갓집에 갓을 넣고, 갓이 빠지는 걸 막기 위해 갓집 입구를 놋쇠 막음장치로 딱 잡아 줍니다.

기가 막히죠?!

 

이렇게 저의 품격에 꼭 맞는 주인을 찾습니다.

전국의 갓 여러분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한편 제주도에도 이 소식이 전해지는데 ...

 

 

 

 

제주도 서귀포 출신 '대패랭이'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 나는 대나무를 잘게 쪼갠 다음 대오리를 성글게 엮어 만들었다. 가볍고 통풍이 잘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주로 여름철에 착용했다.

 

혼저옵서예. 혼저옵서예.^^ 

이렇게 여러분을 부른 건 다른 건 아니고

지금 온양 갓집이가 자기 주인을 찾겠다고 날리인가벙.

우리 제주도 모자들도 도전해보지 않겠수꽈?

 

 

 

 

 

제주도 출신 '털벌립'

제주도는 목축업이 발달했기에 소나 말을 돌보는 과정에서 생기는 털을 모아 콩풀 섞어 모자 틀에 눌러 만들었다.

 

안녕허우과!

대패랭이성님 좋은 생각잉교. 갓집이 생긴게 곱딱하니(예쁘장하니) 딱 저와 맞는것 같수과!!

 

 

 

제주도 한라산 출신 '정당벌립'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댕댕이덩굴로 만들었으며, 목동과 농부들이 햇볕이나 비를 가릴 때 착용했어요.

 

털벌립 오라방 정말 웃기지도 않수꽈. -_-

언제는 내가 제일 곱딱하다더니, 홀라당 갓집이로 바꼈수꽈??

볕이 과랑과랑할 때(쨍쨍할 때) 나가 일해 내가 이리 탔지, 원래 육지애들보다 내가 훨씬 곱딱하단!

오라방 촘말로 밉직수.ㅜㅜ  

 

 

 

 

 

아... 싸우지 마세요! ㅜㅜ

죄송한데, 제주도에서 오신 세 분들 딱 봐도 다 저와 안맞는 것 같아요...

머리 크기부터가 다른데요... ;;

 

 

 

 

 

 

 

전양군 이익필 '주립'

영조英祖(재위 1724–1776) 때 무관이었던 전양군全陽君 이익필李益馝(1674–1751)이 쓰던 갓으로, 흑립과 같은 형태에 붉은 옻칠을 했습지요.

 

갓집이에게 나는 과분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소. 갓집이 안에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소.

단지 어떤이들이 우리 갓집이를 찾아오는지 짐짓 궁금하여 한 번 보러 와봤소.

그런데 가관도 아니더군. 우리 갓집이를 뭘로 보고 다들 이리 아무나 지원하는건지...

갓집아 이럴 바에야 내가 낫지 않느냐?

 

 

 

 

 

'정자관' 나으리

말총으로 만들었으며, 사대부가 집안에서 도포나 학창의鶴氅衣와 함께 일상적으로 착용하던 모자이다.

‘山산’자 형태로 2단·3단으로 겹쳐 만들었으며 이 정자관은 2단으로 만들었다.

 

흠흠!! 거기 아무도 없느냐~~~!

내 이리 친히 몸소 발걸음 하였거늘, 갓집이 자리 없느냐 ~~~~!

 

 

 

 

 

방랑 '삿갓'  

햇볕이나 비를 가리는 데 사용했던 죽립으로, 형태는 얼굴을 가릴 정도로 원추형으로 엮었으며, 끝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져 가장자리가 육각형을 이룬다. 삿갓 안에 미사리를 넣어 머리에 고정했다.

 

아따~~! 온양 촌동네 가차븐줄 알았더니 허벌나게 멀당께~!

이마에 송글송글 땀나부렀쓰~~!!

나 삿갓삿갓 김삿갓이 거시기 이제 방랑생활 청산해버리고~ 갓집 속에서 정착해볼랑께~~!!!

 

 

 

 

 

염치 없는 '갈모'

비가 올 때 우산 대신 갓 위에 덮어 썼던 모자로, 한지 위에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여러 번 발라 비에  젖지 않도록 마감하였다. 비가 오지 않을 땐 부채처럼 접어 휴대하고 다녔다.

 

지는 옆동네 스산에서 왔슈.

하도 동네 으르신들이 지가 딱이라고 나가라고~~~나가라고 해서 한번 와봤는디...

잘 온것 같슈.

아무리봐도 지 말고는 딱히 갓집 적임자가 없는 것 같은디 ... 껄껄 쑥스럽구만유.

 

 

 

 

 

 

다들 저를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거울을 안보시는 건지...

왜 아무냐 지원을 하는거냐구요 ㅠㅠ 울고싶다...

 

 

호기롭게 자신의 주인을 찾겠다고 전국에 방을 붙이 갓집이.

과연 자신과 꼭 맞는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한편, 변방에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는데...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이히힝~~~!

 

변방에서 누군가 말을타고 갓집이를 찾아왔나봅니다.

갓집이를 찾아온 이는 누구일까요?

갓집이는 주인을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