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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포대화상의 시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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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을 적시하기 곤란한 전남 지역 한 사찰에 철퍼덕 걸터앉은 포대화상이다. 그가 주는 익살성 때문인지, 아니면 현전하는 그에 행적이 현대사회에 맞은 매력성이 있기 때문인지 국내 사찰마다 이런 포대화상 하나 안치하지 않은 사찰이 없다시피 하다.

그에 관한 증언들을 종합하면 포대는 당말~송초 교체기 중간에 낀 오대 시대를 살다간 중국 불교승려다. 생김새는 저 조각과 같이 묘사되지만, 실은 저리 웃는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우락부락했다고 하거니와, 저 몸매를 유지하고자, 혹은 저 몸매가 되기까지 게걸스레 걸리는대로 남들한테 얻어먹으나, 반면 베풀기를 잘 했다 하니, 특히 어린이들한테 잘 했다 한다. 생김새만 보면 일본 스모선수 혹은 과거 씨름판에서 익살성으로 이름을 날린 박광덕과 흡사하다. 

활동 시기가 저러하니 포대가 신라시대 불교에는 결코 나타날 수도 없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고려 무신정권기를 살다간 이규보 글에서 어떤 고려 사찰에 안치한 포대화상 조각을 다소 익살조로 읊은 시가 있으니, 이로써 보면 고려 중기 이전 포대를 숭상하는 전통이 한반도에도 전래됐음이 분명하다. 

한데 저와 같은 포대화상이 느닷없이 20세기 후반에 한국 불교사찰에 침투하더니 지금은 없는 사찰이 없다. 누군가 훗날 이 시대 한국불교사를 정리한다면 포대화상이 독패(獨覇)한 시대라 쓸지 모르겠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지 내가 그 연원을 추적해보니, 포대화상을 공급하는 불교상업이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중국에서 만든 포대화상이 대거 국내로 수입되는 모양이다. 저것도 두들겨보니 값싼 폴리에스텐 재질이다. 혹 저것 역시 중국 수입품 아닌지는 모르겠다. 

물론 기계로 깎은 화강암제 포대화상도 적지는 않으니, 이것까지 외국에서 수입하기는 그렇고 국내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많으니, 아무튼 저 익살스럼과 베푼다는 그의 행적 등과 더불어 특히 어린이들한테 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포대가 인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왕 포대화상을 안치할 짝이면, 좀 더 폼이 나고, 좀 더 디그너티가 있는 재질로 만든 것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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