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 이 토레 아르젠티나 Largo di Torre Argentina in Roma, 이곳에서 카이싸르는 브루투스한테 암살당했다.
우리가 잘 아는 줄리어스 시저는 말할 것도 없이 라틴어가 모국어다. 현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직접 조상이다. 시저 시대 문맹률은 압도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시저를 필두로 하는 식자층은 문자 기록 시대라, 우리한테 익숙한 그 라틴 알파벳으로 편지를 쓰고, 논문을 쓰고, 책을 썼다.
시저 풀네임은 라틴어 표기가 Gaius Iulius Caesar이다. 그가 정복한 땅 중에 Britannia가 있으니, 이는 곧 Britain, 영국을 지칭하는 고전시대 라틴어 지명이다. 나아가 그와 더불어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를 형성한 로마 장군이 있어,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Marcus Licinius Crassus다.
근자 천병희 선생 옮김 타키투스 《게르마니아》(숲, 2012)를 읽어가면서 그 서두 일러두기를 보니, 저들 세 가지 고유명사를 두고 고전 라틴어 발음과 그 표기에 대한 몇 가지 지침이 있어 이를 새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Gaius Iulius Caesar에서 보듯이 모음 i가 어두에 오면서 그 뒤에 모음이 따를 때, 그리고 두 모음 사이에 위치할 때는 현대영어 y처럼 반자음이 되어,
1. Gaius는 두 개 모음 사이에 위치하니 정확한 표기는 '가이유스'가 되고
2. iulius는 '율리우스'가 각각 라틴 본발음에 근접하다고 한다.
하긴 저 꼴이 보기 싫어 영어에서는 iulius는 아예 julius로 바꿔치기 해 버린다. 나아가 라틴어는 같은 자음이 반복될 때는 모두 다 발음하니 이에 의해 'Britannia'는 '브리탄니아'라고 발음하며(아마 현대 이탈리아어를 볼 적에, 만약 저 시대 라틴어 역시 그랬다면 '브리딴니아에 가까울 것이다), 'Crassus'는 '크랏수스'로 적는 편이 원래 발음에 훨씬 가깝다고 한다.
같은 자음이 반복할 때 둘을 다 소리내는 현상은 현대 이태리어에도 그대로 통용한다. 예컨대 이탈리아 1부 프로리그 세리아 아(Seria A) 전통의 명문으로, 로마를 연고지로 하는 'AS 로마' 프렌차이즈 스타이면서 얼마 전 마흔에 은퇴한 저명한 축구스타 프란체스코 토티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Totti'라 '톳티', 원발음을 존중한다면 '똣띠'로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저 Caesar는 고전 라틴어, 그러니깐 시저 시대에는 어찌 발음했는가? 이게 영어에서 그대로 철자를 가져오는 바람에 개판이 벌어져, 영어의 특징은 첫째, 지 꼴리리는 대로 발음하고 둘째, 꼬리자르기니, 이에 의해 저 이름은 '씨~저~'라 되었다. 꼬리자르기는 양놈들 주특기라 베르길리우스(Vergilius)는 버질(Vergil)로 만들어 버리고, 호메로스(Homeros)는 호머(Homer)로 축약한다.
천병희 선생 일러두기에 의하면 고전 라틴어 'ae'는 복모음으로 ai로 발음한다는 것이니, 나아가 그에서는 c가 k이니, 저 Caesar는 '카이사르'라고 적어야 한다고 한다. 현대 이태리어를 존중하고, 만약 고전 라틴어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면, r 발음을 혓바닥을 입천정에 대고 딱따구리 나무 쪼뜻 꼬르륵 굴렸을 것이니, 이것이 고전 라틴어에도 통용한다면 시저는 고대 로마에서는 '까이싸르르르르'라고 발음했을 것이다.
구미어는 알파벳을 그대로 가져다가 표기에 쓴다. 바로 이에서 각 언어권별 발음이 천차만별로 발전한다. 라틴어 본토에서 그 유산을 물려받은 이태리에서는 Caesar를 '캐싸르'라고 현재 발음한다. 저것이 러시아로 넘어가서는 저 유명한 '짜르'가 되고, 브리튼으로 가서는 씨저로 둔갑한 것이다.
카이싸르가 다시 태어나 세계를 여행하면, 지 이름조차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 9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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