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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기자사회와 골프, 내가 본 꼴불견

나는 골프를 치지 아니한다. 친 적도 없으며 쳐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골프채는 딱 한번 잡아봤다. 1986년인가였다고 기억하거니와 대구 출신 부잣집 아들이 친구라, 그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어 한 번 가서 골프채 한 번 휘둘러봤다.

남들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골프에 대한 경멸이 있다. 골프 그 자체가 운동 혹은 레크리에이션으로 지닌 고유 가치를 부정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경멸한 것은 그것을 두고 벌어지는 행태였다. 

내가 기자 생활 초입 시절, 젤로 꼴뵈기 싫은 놈들 행태가 부장 혹은 그 이상 놈들이었다. 물론 다 그러한 건 아니지만, 상당수 보직 간부라는 놈들이 틈만 나면 의자에서 자빠자거나, 깨어있을 땐 언제나 부장 자리에서 골프 스윙 연습만 했다.

그때 나는 저들이 지들 돈으로 골프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주말이면 부킹하기 바빴다. 출근시간 되어도 제대로 출근도 아니하고는, 편집국 회의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실눈 뜨고 나타나서는 후배들이 새벽부터 점검한 조간신문 아침 뉴스 방송 회의 리포트 쑥 훑어보고는 그걸 보고랍시고 하고 자빠진 놈이 그리 많았다. 그런 놈들이 신통방통하게도 주말이면 새벽같이 득달같이 골프장으로는 달려나가더라. 더구나 이들 보직 간부만이 아니라, 평기자 중에도 역시나 이 꼴로 노는 기자가 그리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큼 깨끗한 기자였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적당히 더러운 기자였고, 적당히 깨끗한 기자였다. 다만 유독 골프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하여 골프는 때려죽여도 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런 골프. 난 쳐다 볼 생각도 없었다. 한데 나랑 무관한 것으로, 나와는 인연이 없던 것으로 치부한 골프가 나를 치는 일이 더러 있었다. 내가 골프를 경멸했을지언정, 그렇다고 내가 골프에 간섭한 것도 아닌데, 그런 골프가 나를 간섭하는 일이 제법 있었다. 나는 가만 있고자 하는데 바람이 불어 나를 흔들곤 하더라.

樹는 欲靜한데 而함에도 風은 不止하더라. (December 24, 2016 페이스북 포스팅)  

추기) 이후 나는 딱 한 번 필드를 나가봤다. 첨부사진은 그때다. 해직기자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