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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banjiha & Gangnam, 폭우 타고 한국을 역습하는 한류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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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물난리" 외신 보도에 등장한 'banjiha'


 

"서울 물난리" 외신 보도에 등장한 'banjiha'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주요 외신이 9일(현지시간) 서울 도심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를 비중 있게 전하면서 구조상 침수 피해에 취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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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도가 상기하는 banjiha가 곧 영화 기생충의 그것임을 단박에 안다. 그 반지하를 그냥 한국어 발음 따서 저리 썼다는데, 그런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이 미국 언론매체 소속이라 하지만 실상은 한국계이거나 한국기자가 많아 그것을 쓴 사람들한테는 생소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그것을 소비하는 외국 독자들이야 '반지하'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말이다. 

다만, 봉준호발, 칸영화제발, 아카데미영화제발 한류가 저 말을, 나아가 저 말이 상징하는 한국문화 단면을 저리 소개한다는데 조금은 한류의 역설이 있다 하겠다. 물론 한류라 해서 자랑스럽고 화려찬란한 그런 단면만을 소개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저 영화도 내 기억에 자본주의사회인가 뭔가를 고발하고자 하는 그런 생각을 담았다는 봉준호 인터뷰인지가 있었으니, 그런 점에서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이 알린 그 단면들이 이제는 세계가 한국사회를 향해 발신하는 여러 신호 중 하나라는 점이 조금은 이채롭다 하겠다. 

 

강남 폭우

 

브로커인가? 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암튼 그 영화 역시 고발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기억하니 이 역시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오명인지 실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그랬던 것만은 분명하니깐)을 수출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반도 중부를 강타한 이번 폭우에 반지하게 사는 사람들 피해가 특히 크다 하거니와, 비단 이런 폭우에서만이겠는가? 삶 자체가 하루하루가 고통일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야 낮은 데만 기똥차게 파고드는 물이 초래하는 재앙이야 새삼 말해 무엇하겠는가?

반지하라 하니, 어느 시점까지 그 탈출이 꿈이었던 내 삶도 오버랩한다. 꼭 반지하만 전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느 시점까지 실제 반지하와 지상이라 해도 그와 하등 진배 없는 그런 반지하적인 삶을 살았다. 

 

강남 폭우

 

 

김천 시내 고교에 진학하면서 시작한 객지 유랑 생활은 지금 어느새 몸담은지 30년이 되는 이 직장에 정착하기까지 대략 10년을 계속하는데, 그 10년이 다시는 돌이키기도 싫은 시절이다. 그렇다고 그 이전 고향에서의 삶이 뭐 유별나게 나았다나 할 수는 없지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 틀림없다. 다만 떠날 수밖에 없었으니, 내가 떠나고 형과 누나들이 떠나면서 내 고향 집은 비로소 어느 정도 숨통을 텄다는 말만 해둔다. 

장마철과 같은 비가 자주 내리는 시즌이면, 습기가 유난한 여름이면 반지하 혹은 지하는 그 특유한 케케함이 있다. 온 비름빡을 파고들어 기생하는 곰팡이들이 주는 그런 케케함 말이다. 나는 그 케케함을 또렷이 기억하니, 그 케케함이 이부자리까지 파고들었으니, 누렇게 뜬 장판을 조금이라도 들추면 곰팡이가 흥근했다. 

이번 폭우에 특히나 서울 강남이 피해가 컸다 하거니와, 이를 두고 오만가지 잡상이 교차하니, 그 강남이 상징하는 그 무엇을 증오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이번 사태가 천벌이라는 식으로까지 하는 이가 적지 아니해서 어쩌다가 한국사회가 이 꼬라지로 전락했는지 참말로 통탄스럽기만 하다. 

 

관악 반지하

 

강남이라고 부자만 살겠으며, 그런 부자가 많은 동네를 받침하는 원천은 무수한 반지하들이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그에도 욕망이 있고 들끓음이 있고 좌절이 있고 무수한 실패가 그려내는 교직물은 다채롭기만 하다. 

강남이 별건가? 한강 이남을 강남이라 하니, 이번 비극 주인공인 관악이라던가? 같은 강남이래도 분명 그 처지는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왜 그 서초 수서 송파라 해서 반지하가 없겠는가? 더구나 그 땅 자체 상당 부분이 본래는 저습이었으니 말이다. 

현대 도시문명은 언덕을 탈출하고는 평지로 진출한다. 전통시대 혹은 그에서 아주 가까운 근대만 해도 압도적인 선호 주거는 언덕배기라, 왜 언덕이었겠는가? 여름철 물난리와 한겨울 북풍한설을 언덕배기에 기대어 피하고자 하는 본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지하 물푸기

 

하지만 LH가 대표하는 도시문명은 그 언덕배기를 연탄재를 공급하는 저개발 밀집지역으로 밀어버리고 그 이전에는 저습하고 갈대가 무성하며, 그리하여 개구리 뱀 모기떼 극성인 그런 데를 쏵 밀어버리고 아파트공화국을 구축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번 폭우 피해는 그것이 빚어낸 불협화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싸이는 이 강남을 도시문명의 첨단으로 호명했다. 물론 꼭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리 거창한 것인가 아닌가는 차지하거니와, 아무튼 강남은 그의 Gangnam Style을 통해 강남은 특정한 지명을 넘어 한국 하면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한데 이번 폭우 참상을 전하는 해외 언론들에서는 이런 강남을 소개하면서 어김없이 싸이를 불러다 제꼈다. 간단히 추리면 그 강남이 바로 이 강남이다 하는 그런 설명이었다. 그네들한테는 이처럼 명징하면서 안성맞춤하는 알레고리가 더 있겠는가? 

한류가 세계를 향해 발신한 무수한 한국들 Koreas 이 거꾸로 지구촌이 한국을 향해 쏘아대는 화살들이 되어 돌아온다. 

그렇다고 이를 저 제목처럼 역습이라 할 수도 없지만, 역류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강남 스타일 조형물

 

https://www.youtube.com/watch?v=cGc_NfiTx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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