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58)
귀공자의 한밤중 노래(貴公子夜闌曲)
당(唐) 이하(李賀) / 김영문 選譯評
하늘하늘 침향 연기
피어오르고
까마귀 울어대는
한밤중이네
굽은 못엔 연꽃이
물결 이루고
허리에 찬 백옥 띠는
차가워지네
裊裊沉水煙, 烏啼夜闌景. 曲沼芙蓉波, 腰圍白玉冷.
중국 당나라 시인 이하를 흔히 시귀(詩鬼)라 부른다.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부르는 것에 비교해보면 매우 그로테스크한 별명이다. 시를 귀신같이 잘 써서 그렇게 불렀을까?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의 시가 드러내는 귀기(鬼氣)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그의 시 대부분이 위의 시와 같은 귀기에 둘러싸여 있다. 불우하게 살다가 27세에 요절한 이하는 어쩌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귀신의 세계로 파악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이하가 추구한 또 하나의 시경(詩境)을 잘 보여준다. 제목은 「귀공자의 한밤중 노래」지만 귀공자가 한밤중에 뭘 했는지 한 마디도 묘사하지 않았다. 귀기 어린 한밤중, 허리에 찬 옥대만 차갑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후 귀공자는 무엇을 했을까? 그 상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사공도(司空圖)는 이런 경지를 “시어 밖의 의미(韻外之致)”라고 했다.(김영문)
두어해쯤 전, 겨울이 갓 지난 계절에 나는 느닷없이 대구 달성 도동서원을 찾아 차를 몰았다. 밤이 어둑해 그 인근 어느 모텔에 투숙하고는 이튿날 새벽길 도동서원을 찾아나섰다. 낙동강변을 달렸다. 전날 밤인지 그날 새벽인지 비가 왔더랬다. 그때문에 유독 더했을까? 그날따라 강에서는 연무가 침향처럼 솟아올랐다. 온 낙동강이 연무밭이었다. 낙동강이 그리 아름다울 줄 몰랐다.(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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