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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외진 모래톱에서 춤추는 고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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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55)


절구 여섯 수(絕句六首) 중 첫째

  

    당(唐) 두보 / 김영문 選譯評 


태양은 사립 동쪽

강에서 뜨고


구름은 집 북쪽

뻘에서 이네


대나무 높이 자라

비취새 울고


모래톱 외지니

고니 춤추네


日出籬東水, 雲生舍北泥. 竹高鳴翡翠, 沙僻舞鵾雞.


한시에서 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자연 속 사물에 의탁하는 방법을 흥(興)이라고 한다. 자연을 통해 마음 속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시경』에 수록한 시에서 매우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한 수법이다. 그것은 은유일 수도 있고 상징일 수도 있지만 독자는 시인의 본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시인의 주관과 독자의 주관이 자연이라는 객체를 매개로 무한한 상상 속에서 만나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묘사 대상을 직접 객관적으로 펼쳐서 써내는 방법은 부(賦)라고 부른다. 이 시에서 쓰인 수법이 부(賦)에 해당하는지 흥(興)에 해당하는지는 분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 시가 한시의 가장 짧은 형식인 절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좋은 시는 단순하게 자연을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 풍부한 함의를 담기 마련이므로 묘사 수법을 분간하는 일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이는 한편으로 일상 속 풍경이 궁극적인 미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이므로 마침내 한시가 선경(禪境)과 만나는 지점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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