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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59)
관음사에 묵다 절구 세 수(宿觀音寺三絕) 중 둘째
송(宋) 이지의(李之儀)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틈에 까막까치
시끄럽게 울어대고
지빠귀 새 노래에
제비 날개 가볍네
꼬꼬 우는 자고새는
뻐꾸기를 재촉하고
소쩍소쩍 소쩍새는
꾀꼬리를 부르네
烏啼鵲噪趁初晴, 百舌新調燕羽輕. 滑滑竹雞催布穀, 聲聲鶗鴂喚流鶯.
한시에도 새 소리가 나올까? 물론이다. 중국 문학의 비조로 알려진 《시경》을 펼치면 첫머리에서부터 새 소리가 나온다. 「관저(關雎)」 편 “관관저구(關關雎鳩), 재하지주(在河之洲)”의 “관관(關關)”이 바로 “저구(雎鳩)” 새의 울음소리다. “저구” 새가 무슨 새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물수리로 번역하지만, “꽌꽌”하고 우는 울음소리에 비춰보면 가마우지(Phalacrocorax carbo) 종류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시에 나오는 새들의 의성어도 대체로 실제 울음소리를 흉내낸 것이다.(“滑滑”은 “골골”로 읽어야 함) 셋째 구의 자고새와 뻐꾸기의 관계는 이른바 탁란(托卵)으로 맺어지는 원수지간이다. 뻐꾸기는 자고새 둥지에 알을 낳고, 뻐꾸기 알이 먼저 깨어나 자고새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의 한 면모일까? 그러나 인간은 개입할 수 없다. 이 모든 생명의 다툼을 포함하여 초여름 온 산천의 신록은 새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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