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54)
모란꽃을 아끼며 두 수[惜牡丹花二首] 중 둘째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적막 속에 시든 붉은 꽃
비를 향해 쓰러지니
고운 모습 헝클어져
바람 따라 흩어지네
맑은 날 땅에 져도
오히려 애달픈데
하물며 진흙 속에
흩날리는 꽃잎이야
寂寞萎紅低向雨, 離披破豔散隨風. 晴明落地猶惆悵, 何况飄零泥土中.
신라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에 등장하는 꽃의 왕이 바로 모란이다. 같은 시기 당나라에서도 모란을 재배하고 감상하는 붐이 일어나 모란이 만발하면 도성 장안 전체가 미친 열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대체로 중국 남북조시대에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모란은 수·당(隋·唐)시대에 모란 신드롬이라 불러도 줗을 만큼 애호의 절정에 달했다. 이후 열기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청나라 말기에 이르러서도 모란은 중국의 국화로 인식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란은 꽃망울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꽃잎이 조금 벌어지는 때가 가장 아름답다. 만발하여 커다란 꽃잎이 흐느적거리게 되면 팽팽한 미감이 사라지며 다소 허무하고 절망적인 느낌까지 든다. 하물며 비오는 날 진흙탕에 떨어져 뒹구는 모란꽃이야 말해 무엇하랴? 김영랑도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라고 노래했다. (2018.06.01)
중국 간쑤성(甘肅省) 우웨이현(武威縣)에서 발굴한 후한(後漢) 초기 무덤 죽간에 모란으로 병을 치료한 기록이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적어도 약 2000년 전에 벌써 모란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남북조시대를 거쳐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 모란은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애호의 절정에 달했다. 모란이 만발하면 도성 장안 전체가 미친 열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차츰 열기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청나라 말기에 이르러서도 모란은 중국의 국화로 인식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란은 꽃망울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꽃잎이 2/3쯤 벌어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만발하여 커다란 꽃잎이 흐느적거리게 되면 팽팽한 미감이 사라지며 다소 허무하고 절망적인 느낌까지 든다. 하물며 비오는 날 진흙탕에 떨어져 뒹구는 모란꽃이랴?
각 구절마다 스러진 모란꽃을 묘사하는 시어가 절절하다. 시들시들 붉은 꽃(萎紅), 찢어진 고운 모습(破豔), 땅바닥에 떨어지다(落地), 이리저리 흩날리다(飄零)가 모두 그렇다. 게다가 적막하다(寂寞), 흩어지다(離披), 애달프다(惆悵), 진흙탕(泥土)도 비 속 낙화와 직접 관련을 맺으며 비애의 정서를 더욱 강화한다. 선연함과 처절함이 마구 뒤엉긴 풍경이라 마음 속 서러움이 한껏 고조된다.
김영랑의 슬픔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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