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세기 초반 독립과 자주적 근대화라는 두가지 과제에 실패한채 36년간의 식민지 생활을 거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선이라는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반동인지 조선이라는 나라를 굉장히 선진적이고 훌륭했던 나라로 채색하는 경향도 있다. 나는 이 두가지 시도가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노라면 21세기 한국인이 조선이 실패한 원인으로 꼽는 사대주의, 나태함, 성리학(유교) 등등의 문제점(?)들이 그 사회의 역사적 실패에 과연 어느정도로 영향을 미친것일까 의문을 가진적이 많다. 왕조시대의 기록을 보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매우 지엽적으로 20세기 초 한국사의 실패에 별반 영향을 준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문제점 보다는 조선이라는 나라, 한국사의 수천년에 걸친 궤적을 총체적으로 결정지은것은 결국 지리적-환경적 여건이었다고 본다. 농업생산성이 주변 국가보다 높을 수 없었던 환경적 조건과 막대한 군사비를 상시로 부담하지 않으면 안되는 주변의 강대국의 존재 (조선이 외침 준비에 소홀했을 것이라 보는것은 착각이다. 그들도 무지하게 노력했다. 노력했는데도 역부족이었을 뿐) 등이 조선사회와 경제의 파탄에 더 결정적이었다고 본다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가지 요소는 북한을 경제파탄으로 이끈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바뀐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길래 이렇게 먹고 살만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한국사회의 침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이러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조선시대의 딜레머에 우리 후손들이 다시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왜 20세기 후반부터 한국사회는 이전 조선시대까지의 사회와 전혀 다른 경로를 걷기 시작했는지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아직까지 제대로 제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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