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을 기다리는 런던의 아미들. 연합DB
영국 아미들은 BTS 굿즈 사러 새벽부터 장사진을 쳤다
송고시간 | 2019-05-31 05:00
"루마니아·폴란드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희망의 메시지에 감동"
월드 스타디움투어에 나선 방탄소년단, BTS가 그 일환으로 6.1 런던 웸블리에 선다. 이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그 투어공연 중 유일하게 웸블리만 프레스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거니와, 그런 까닭에 공연에 앞서 일찌감치 국내 언론을 상대로 등록을 받았거니와, 국내에서는 30여개 매체에서 취재진 48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한다.
당연히 우리 공장 문화부에서도 참여를 결정하고, 박수윤 기자를 보냈다. 좌석 기준 9만 명을 수용한 초대형 구장 웸블리에서는 1일 말고도 2일에도 한번 더 공연이 열릴 예정이라, 그에 즈음해 현지 팬들 반응을 취재한 박 기자 1신이 들어왔으니, 앞에 링크한 기사가 그것이다.
방탄을 기다리는 런던의 아미들. 연합DB
이 기사를 살피면, 우리가 한류 한류라고 하는 그 실체를 살필 만한 대목이 문득문득 비치거니와, 뭐 별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의미심장하게 보는 두어 가지 대목이 있으니,
첫째, 방탄소년단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사를 보면 다음 구절이 있으니,
루마니아에서 전날 런던에 도착했다는 페니(24)는 "새벽 4시 30분에 도착해서 줄을 섰다"며 "2010년 걸그룹 소녀시대를 통해 K팝을 처음 접했다. 이후 쭉 K팝을 좋아하다가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할 때부터 알았다. '봄날'이라는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올해 스물네살 루마니아 처자가 방탄소년단을 우연히 접한 것이 아니라, 그 뿌리가 2010년 소녀시대라는 점이다. 소녀시대 이래 죽 이어진 한류 가요가 바탕을 이룬다. 소녀시대 이후 죽 K팝을 좋아하다가 그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을 접했다고 한다.
방탄을 기다리는 런던의 아미들. 연합DB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소녀시대가 대표하는 1세대 K팝의 유구한 전통 아래 그 톡톡한 혜택을 보았다는 사실을 안다.
둘째, 이른바 '돌민정음' 실체가 여실하다는 사실이다. 돌민정음이란 훈민정음에 따른 조어이니와, '아이돌+훈민정음' 합성어로서 이 말이 언제 사용되시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본격화해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작년이 아닌가 한다. 내 판단 혹은 추측이 잘못일 수 있지만, 작년 BTS 빌보드 차트 점령을 기점으로 이 말이 부쩍 사용 용례를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
K팝 열풍과 그것이 탑재한 한국어 가사는 마침내 그것을 향유하는 해외 팬텀 사이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을 일으켰으니, 그 실체가 이 기사에서는 더욱 우뚝하다.
팬들은 연합뉴스와 만나 "방탄소년단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며 "이들의 노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방탄을 기다리는 런던의 아미들. 연합DB
거나,
마리아(26)는 "다른 팬들이 방탄소년단 신곡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 번역해줘서 가사의 의미를 잘 안다"며 "이제는 번역 과정 없이 바로 노래를 알아듣고 싶어서 한국어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는 구절이나,
무엇보다 유럽 팬들을 사로잡은 건 진정성 있는 '가사'였다. 팝업스토어 내부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아이 니드 유'(I Need You), '아이돌'(Idol), '페이크 러브'(Fake Love), '디엔에이'(DNA) 등이 나오자 팬들은 또박또박한 한국어 발음으로 열창하며 춤췄다.
라는 구절이 한국어 학습열풍을 무엇보다 한창 이른바 학습기간 중인 전셰계 젊은층 사이에서 분다는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방탄을 기다리는 런던의 아미들. 연합DB
방탄소년단이 대표하는 노랫가사는 발표와 더불어 순식간에 번역, 혹은 한국어 자체를 통해 세계를 파고 드는 중이다.
이는 세종대왕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한국어가 소수 민족 언어라는 자괴감이 있었다. 그 자괴감을 다른 누구도 아닌 방탄소년단이 대표하는 K팝 밴드들이 열어제치는 중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어가 제약이라는 시대를 서서히 벗어나는 중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한국어가 순식간에 지금의 영어가 지난 1세기간 누리는 그 위광에 버금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주시하는 점은 한국어가 제약이라는 자괴감의 극복에 있다고 본다.
혹 아는가?
동아시아 소수민족 한민족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어가 영어를 제압하고, 그 자리를 차지할 지 말이다.
방탄을 기다리는 상파울루의 아미들. 연합DB
하긴 영어가 이런 자리를 차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영어? 그건 유럽 대륙 섬나라 한쪽 귀퉁이에서 일부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영어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이어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팔륜 제국을 무너뜨리고는 그것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함으로써, 비로소 세계 공용어 반열에 올랐다.
그 성장 과정은 어쩌면 인류사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라 할 수 있는데,
과거 총칼과 함대를 앞세워 세계를 정복한 영어를, 이제는 K팝에 장착한 한국어가 그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여러번 말한 적이 있거니와, 문자와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추방하고, 일본어 잔재를 쓸어버리며, 한국 노래에 걸핏하면 들어가는 영어 가사를 말살하는 일이 한국어 지키기기도 아니며, 한글 수호 운동도 아니다. 그 운동은 애초 출발과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간단히 말한다. 우리 사회에 통용하는 한글운동은 실패했다.
영어 가사를 섞어 쓴다고 그토록이나 경멸한 K팝 그룹. 마침내 그런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이 기어이 굴복하고는 작년인가 한글날에 즈음해 개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을 골라 한국어 보급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해 상패를 수여하는 '굴복'이 그것을 명징함이 아님은 무슨 개뼉다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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