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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한문법 강좌] 사역은 문맥이 결정하기도 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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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宋시대 정치와 문단 양쪽에서 이름을 날린 인물로 사마광司馬光이 있으니 그의 저술로 《온공속시화溫公續詩話》라는 詩話가 1종 있다. 시화란 시와 관련한 일화 모음집 정도로 보면 된다. 분량이 얼마되지 않는 이 시화가 수록한 일화 중 하나로 다음이 있다.


초학기



唐明皇以諸王從學,命集賢院學士徐堅等討集故事,兼前世文詞,撰《初學記》。劉中山子儀愛其書,曰:〔非止初學,可為終身記。〕

이 문장 대의를 추리면 唐明皇以諸王從學,블라블라하여 撰 《初學記》케 했다가 된다.


초학기



한데 문제는 “唐明皇以諸王從學”이라는 구절의 해석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자칫 당 명황(당 현종)이 諸王으로써 배웠다가 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자기가 배우겠다고 신하들한테 참고서를 쓰게 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어조사 以는 실상 使의 뜻이 있다. 이를 일반 평서문으로 해석했다가는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른바 이는 사역 평서문이라 누구한테 시켜서 무엇을 하게 하다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한문이 지랄 같은 점 중 하나가 사역임에도 使나 令, 命과 같은 동사를 쓰지 않고 문맥으로 통하게 한다는 것이다.


徐堅等奉勅撰..다시 말해 서견 등이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편찬했다는 말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까닭은 근자에 이 시화를 번역한 사람이 이를 “당나라 현종이 諸王 시절 학문을 할 때”라고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옮겨야 한다.

“당 명황(현종)이 여러 아들을 가르치고자 해서 집현원 학사인 서견 등에게 명령하여 고사를 토론하고 모으는 한편 앞선 시대 시문을 곁들여서 초학기를 편찬케 했다. 중산 유자의가 그 책을 매우 아껴 말하기를 ‘처음 배울 때만이 아니라 일생 동안 담을 만하다’고 했다.”

(201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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