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宋詞 감상] - 《우미인虞美人·청우聽雨》 by 장첩蔣捷
[번역]
젊은 시절에는 클럽에서 빗소리 들었지
붉은 촛불 은은한 비단 장막
장년 시절에는 여기저기 다니던 배에서 빗소리 들었지
끝없이 넓은 강 낮게 드리운 구름
서풍 속에서 슬프게 울던 짝 잃은 기러기
그런데 지금은 승사僧舍에서 빗소리를 듣는구나
귀밑머리 이미 희끗희끗
무정하게 이어지는 슬픔, 기쁨, 이별, 만남
날 밝을 때까지 계단 앞에는 빗방울 뚝뚝
[원사]
少年聽雨歌樓上(소년청우가루상),紅燭昏羅帳(홍촉혼라장)。
壯年聽雨客舟中(장년청우객주중),江闊雲低(강활운저),斷雁叫西風(단안규서풍)。
而今聽雨僧廬下(이금청우승려하),鬓已星星也(빈이성성야)。
悲歡離合總無情(비환리합총무정),一任階前點滴到天明(일임계전점적도천명)。
[해설]
'청우聽雨' 즉 비오는 소리를 듣는 것을 키워드로 인생의 세 단계를 노래한 사이다.
음주가무를 즐기며 놀기 좋아하던 젊은 시절에는 비단 장막 드리우고 은은하게 촛불 켜진 클럽에서 빗소리 들었고,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떠돌던 장년 시절에는 타향을 다니던 배 위에서 빗소리 들었고,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어느 승사에 머물며 빗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인생의 네 곡절 '비환리합(悲歡離合: 슬픔, 기쁨, 이별, 만남)'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날 밝을 때까지 뚝뚝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잠을 이루지 못함을 말해준다.
이 사를 지은 장첩蔣捷(1245?~1310?)은 중국의 송나라(남송) 말기에서 원나라 초기까지 산 사람이다. 20대 때 나라가 망하고 이민족인 몽고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들어선 것을 경험했다. 원나라가 들어선 후 장첩은 이민족 정권에서 일할 수 없다 해서 은둔으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
이상은 순천향대 홍승직 교수 번역 해설이다.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 보고 쓴 시, 유종원의 <강설江雪> (0) | 2021.01.22 |
---|---|
[한문법 강좌] 사역은 문맥이 결정하기도 한다 (0) | 2021.01.15 |
성삼문成三問(1418~1456) <자미화紫薇花> (0) | 2021.01.03 |
하늘 끝이 보고파 : 왕지환王之渙 <등관작루登鸛鵲樓> (0) | 2021.01.01 |
白也詩無敵 (0) | 2020.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