紫薇花자미화
성삼문成三問(1418~1456)
歲歲絲綸閣
抽毫對紫薇
今來花下醉
到處似相隨
해마다 사륜각에 있을 때는
붓 꺼내며 자미화 마주했지
이제사 꽃 아래서 취하는데
가는 데마다 따르는 듯하네
제목 紫薇花자미화는 백일홍을 말한다. 꽃이 백일 동안 붉다 해서다. 자미화는 그것이 내는 색깔 중에서도 자주색을 중시했음을 본다.
사륜각絲綸閣이란 임금의 명령을 수발하는 승정원承政院을 말한다. 지금의 대통령비서실이다. 그 유래는 예기禮記 치의緇衣 편에 있거니와, 그에 이르기를 "王言如絲, 其出如綸", 곧 임금의 말씀은 처음에는 실과 같지만 일단 입 밖을 떠나면 벼리와 같다고 했다.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구 到處似相隨는 아마도 그 앞 구절로 미루어 볼 적에 백일홍 아래서 거나하게 한 잔 빨고는 그 헤롱헤롱할 때마다 배롱나무 꽃이 오락가락하는 양태를 말하는 듯하다. 이태백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일은 없어 술이나 퍼마셨다는 말이다.
앞 시는 김종직金宗直(1431~92)이 編한 《청구풍아靑丘風雅》 권6 오언절구五言絶句 수록본이다. 이에는 아래와 같은 김종직 注가 있다.
紫薇花, 俗稱百日紅..자미화는 세속에서는 백일홍이라 한다.
此花唐人多植省中. 白樂天詩云; 絲綸閣下文書靜, 鐘鼓樓中刻漏長, 獨坐黃昏誰是伴, 紫微花對紫微郞. 成詩本此 : 당나라 사람들이 이 꽃을 중서성中書省에다가 많이 심었다. 백낙천 시에 이르기를 "사륜각에선 문서 일 조용하고 종고루 물시계 소리는 기네. 황혼에 홀로 앉아 누가 짝했던가 하니 자미화만 자미랑을 마주했네"라고 했으니 성삼문 시는 이를 본받았다.
이 시를 통해 자미화, 곧 백일홍을 관청에다가 많이 심은 내력이 심상찮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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