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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한반도 고대문화 키를 쥔 주사朱砂, 이를 모르고 역사한다는 말을 마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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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없지는 않으나, 붉은 색 안료 혹은 물감을 분석하면 두 가지로 대별하는데 하나는 사진에서 제시한 주사朱砂 계열이고 다른 하나는 산화철 계열이다. 

이걸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은데 더 선명성을 띠는 선홍색 계열은 대개 주사인 경우가 많다. 둘을 놓고 비교하면 나는 대략 구별한다. 반면 산화철 계열은 거무틱틱한 색조가 많다. 

저 주사는 주성분이 황화수은HgS라, 황[S]이건 수은[Hg]이건 둘 다 독극물 계통이라, 저와 같은 짙은 붉은 색을 띤다. 

주사는 저런 색깔 때문에 주사朱砂라 하고, 또 중국에서는 진辰이라는 지방에서 많이 난다 해서 진사辰砂라고도 하고, 또 같은 붉다는 계열로 丹이라는 글자가 있으므로, 단사丹砂라 하기도 한다. 저 주사를 지칭할 적에 붉을 적赤자를 쓰는 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저 주사는 황금에 버금하는 최고가 광물이다. 독극물이라 하지만 딱 봐도 저거 흔치 않을 거 같은 느낌 있잖은가? 희귀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외려 황금보다 얻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왜 비싼가?

그 용처 때문인데, 용처는 내가 파악하기로는 크게 두 가지라 첫째가 물감 안료이며 둘째가 약물이다. 문제는 저 주사라고 하면 한국문화재업계에서는 오직 물감 안료로서의 그것만을 알아서 약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연 감지하지 못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안료로서의 주사에 지나친 미술사의 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술사들이 무슨 도교를 알겠는가? 그네들한테는 오직 주사는 물감일 뿐이니 말이다. 

내가 늘 말하듯이 모든 안료 물감은 약물이다. 이 점을 하시라도 잊으면 안 된다. 

저 광물은 워낙 희귀한 데다, 무엇보다 약효가 뛰어나다 해서 최고가 약품이었다. 실제 그 효능을 나한테 묻지를 마라. 동아시아에서는 그리 통용되었다는 사실만을 오직 기억하기 바란다. 

저 약물이 애용된 까닭 중 하나가 그 주성분인 수은이 지닌 독특한 성질에서 기인한다. 수은은 고체와 액체를 왔다 갔다 한다. 그 순환성이 곧 영원불멸 탈피脫皮라는 말과 연동하곤 했으니 이는 황금이 지닌 속성과 비슷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주사 진사 단사는 모든 약물 중에서 항상 황금과 더불어 약효가 최상위라고 간주되었다. 이 황금과 주사, 그리고 기타 다른 독극물을 섞어 버무려 만든 약물이 바로 금단金丹이다. 금단은 정식 명칭이 금단대약金丹大藥이라, 금과 황화수은을 주성분으로 삼고 운모니 하는 기타 좋다는 금속광물을 다 섞어 만들었으니, 이 금단을 제조하고 그것을 마시기만 하면 영월불멸하는 신선이 되어 영원한 삶을 얻는다고 간주되었다. 

그런 까닭에 금단을 제조한다고 신산유곡에 기어들어가 가마솥 걸어놓고는 이거 만듭답시고 하다가 패가망신한 이가 그리 많았다. 전한 중말기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 유향劉向만 해도 돌을 황금으로 만든다 해서 갖은 실패를 거듭했다는 고사가 있는데 그가 진짜로 얻으려 했던 것이 황금일까? 나는 여러 모로 보아 금단이었다고 본다. 

주사는 워낙 고가였고, 그만큼 구하기 어려웠던 까닭에 대체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대체품이 바로 산화철이다. 이 산화철은 비교적 염가로 붉은 색을 낼 수 있는 까닭에 주사가 주는 상징성을 대체하는 데는 이만한 재료가 없었다. 

삼국시대 무덤 중에서도 신라 가야권 무덤 중에서, 그리고 호남지역 무덤 삼국시대 무덤 중에서 비름빡을 벌겋게 칠한 모습을 쉽게 만나는데, 이 경우 실제 분석을 해보면 산화철이지만, 가끔 진싸 주사가 있으니, 천마총이 대표적이다. 

산화철을 썼다 해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주사 대체품인 까닭에 주사를 쓴 무덤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사를 무덤방에다 발랐다는 뜻은 그런 무덤에 묻힌 사람이 죽어서도 영원불멸하는 생명을 얻는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신라 적석목곽분에서 더러 머리맡에 약절구와 약봉이 나오는 이유가 이와 아주 똑같다. 

저런 약물을 쓰는 전통은 의학으로서는 쉽게 설명가능하지만, 종교 사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도교다. 도교를  모르면 동아시아 역사를 모른다.

저런 약물 위주 전통을 후대에는 비판하게 되는데, 그리하여 신체적 영원불멸을 추구하는 전통을 잘못된 것이라 해서 외단外丹이라 배격하고 정신적 초월을 주장하는 내단內丹이 당말에 나타나기 시작해 대세를 점거하기 시작한다. 

저런 외단주의 도교를 대표하는 상징이 바로 주사다. 이 주사가 대표하는 외단 계열 중심 오두미도 계통 신천사도가 고대 한반도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저 막강한 주사 산화철 계열 유구 유물이 증명하지만, 그 심각성을 알아채는 놈이 없다. 

기껏 남이 애써 주장해놨더니, 고걸 그대로 베껴 쳐먹는 놈이 한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지가 주장한 것처럼 글을 쓰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모습에 이젠 그런갑다 하며 낄낄 웃고 마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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