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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반역이다.
번역은 매양 그 너머를 미지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불경佛經.
우리가 아는 불경은 번역이 누층한 결과물이다.
이른바 원전은 팔리어 아니면 산스크리트어다.
이를 구마라집과 현장 등의 무수한 역경승들의 간난을 거쳐 외국어인 한문으로 태어났다.
이 땅 한반도는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이해한다.
중역을 넘어 삼역이다.
이런 고통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던 자 중에 일부가 괘나리 봇짐 싸들고 인도로, 인도로 갔다.
거기엔 번역 넘어 오리지널이 있으리란 확신을 안고 말이다.
하지만 그리 애타게 찾은 부처님 목소리는 결국은 내 곁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한 이가 원효다.
원효는 행복했을까?
죽는 날까지 그는 천축을 바라보며 절규했으리라.
부디 다음 세상엔 개돼지도 좋으니 천축에서만 태어나게 해달라 빌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번역은 반역이다. (201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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