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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해발 155미터 야산 등산로에서 찾아낸 4세기 백제무덤들

by taeshik.kim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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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보라동에 보라산 이라 일컫는 야산이 있다. 산이라 하지만 해발 215m라, moutain이라기 보다는 hill에 가까운 작은 산이다.

그 기슭으로 근자 단독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한 모양이라, 그에 맞추어 문화재 조사를 했더니 옛날 무덤이 적지 않게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야산은 자고로 무덤이 많기 마련이다. 왜? 높이도 적당하잖아? 묘지로 안성맞춤 아니겠는가?

그 정상에 오르내리는 등산로가 있기 마련이라, 한데 그 등산로 중에 간이하는 운동시설이 들어선 곳이 있어 그 바닥에는 삼국시대 석실분이라 할 만한 흔적이 발견된 터였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 바닥에서는 아래와 같은 흔적이 노출된 상태였다. 
 

 
일반인이야 무심하게 넘기겠지만, 고고학에 조금만 눈이 밝은 사람은 아 무덤이 아닐까 하는 그런 흔적이다. 

이참에 이 주변을 팠다. 다만 문제는 없지 아니해서 이곳은 기존 문화재지표조사에서 매장문화재 보존지역이라 지목된 곳도 아니고, 또 그런 까닭에 무슨 문화재구역이나 그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것도 아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또 무엇보다 이곳은 사유지. 
 

2호 석곽묘 모습들이다.

 
용인시 수녕이가 머리를 좀 썼다. 등산로 상, 그것도 운동시설 아래에 있으니 훼손 우려가 높다!!! 이렇게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보고서를 문화재청에다가 툭 던지니,

이걸 문화재청에서는 에랏 이럴 때 써먹으려고 우리가 한국문화유산협회, 약칭 한문협에다가 국고보조금을 내려 보냈으니, 서영일!! 당신이 우째 해봐!!!

하고 던지고 말았으니, 한문협에서 비지정 매장문화재 학술조사, 정식으로는 「매장유산 학술발굴조사 활성화 사업」이라 한다나 어쩐다나

하는 허울 좋은 사업 명목이 있어 이걸 이용해 수녕이한테 쥐꾀리 만한 돈 던져주면서 아나 이것 묵고 떨어져라 했던 것이니,

그래서 이 돈을 받아서 수녕이는 어디다 줄까 밀고 땡기기 한참 하다가 그래 그래도 지금까지 내 말 잘 듣는 데가 주는 게 좋지 않겠냐 해서 고른 데가 한국문화유산연구원이라,

왼쪽부터 차례로 3~5호. 서로 겹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일가족 묘지다.
3호 석곽. 훼손이 극심하나 주변 다른 무덤보다 규모가 적은 듯하다.

 
이번 발굴조사는 이렇게 해서 이뤄지게 되었다.

아! 사유지라 그 동의를 소유주한테 받아야 했는데, 수녕이가 워낙에나 싹싹한 사람이라 흔쾌히 그 생글생글 웃는 얼굴 차마 돌려보낼 수 없어 도장을 콱 찍어줬다는 후문도 있다. 

문제의 무덤들은 정확히 용인 보라동 산 62-2번지에 소재한다. 이럴 때마다 매양 나는 지도를 두들겨 보라고 강권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없다. 
 

네이버 지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산62-2

map.naver.com

 
 
조사대상 구역은 보라산 북쪽 능선 북서 경사지대 해발 155m 안팎 선상에 위치한다고. 보라산 일대에는 용인 공시레 유적이니 용인 공세동 산38번지 유적이니 해서 벌써 백제가 한성에 도읍하던 시절에 만든 무덤이 제법 많이 확인된 바 있거니와, 이번 조사 성과 또한 그 맥락에 위치한다.

지난해 지표조사를 통해 처음 존재가 드러난 이곳은 앞서 보았듯이 이미 무덤 바닥이 거의 드러난 상태였으니, 20여 년간 체육시설이 들어서 활용되고 등산로로 이용된 까닭이었다.  

조사 결과 5기에 이르는 한성백제시대 돌덧널무덤이 드러났다.

장축을 기준으로 보면 그 대부분은 능선 등고선과 직각을 이루는 형태다. 간단히 말해 산 정상을 기준으로 아래위로 죽 길게 째서 무덤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무덤방 사방으로는 깬돌과 자연돌로 벽면을 쌓았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라 머리 방향, 곧 북쪽 위쪽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만 돌을 쌓는 방식도 있었다.
 

3호 석곽묘 양상을 더 보자.

 
 
이렇게 확인한 무덤들은 구별을 위해 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보통은 확인 혹은 조사한 순서대로 1번부터 번호를 붙여나간다. 왜? 고고학도들이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이렇게 단순하게 분류한다.

그런 사람들이 왜 그리 유물과 유적 설명은 복잡다기하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들 번호별로 보면, 2호라고 명명한 곳에서는 가락바퀴와 구슬이 나왔고, 4호에서는 곧은입항아리[直口壺]와 짧은목항아리[短頸壺], 굽다리항아리[臺附壺]와 함께 창[鐵矛]·낫[鐵鎌]·칼[鐵刀子]·도끼[鐵斧]·화살촉[鐵鏃]과 같은 철기류가 함께 출토했다. 딱 봐도 쇠뭉치 잔뜩 넣은 무덤이 대빵이 묻힌 곳 아니겠어?
 

4호 무덤
5호 무덤

 
또 5호에서는 곧은입에 짧은목 항아리[直口短頸壺], 큰항아리[大壺], 가락바퀴, 구슬 등이 출토됐다. 

이들 무덤에서는 유물이 대부분 사람 머리나 발쪽 방향에서 확인됐으니 이는 하등 이례하는 현상은 아니다.

유물로 볼 적에 무덤은 대략 4세기 이후에 만들었다고 본다. 
 

조사지역 전경. 뒤쪽으로 보면 단독주택들이 들어선 모습을 본다.

 
 
***

저리 희화화했으나 정색한 수녕이 왈....
 
아, 이 사업은 조사기관이 한문협에 직접 신청한거라, 중간에 용인시가 사업비를 내려준 건 아닙니다 ㅋㅋ 토지소유자 동의랑 등산로 내 체육시설물 철거 관련해서는 행정적 도움을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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