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양 우리 문화재학 혹은 문화재행정이 탑재한 가장 큰 문제로 실체도 없는 원형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과거지상주의 상고지상주의를 들거니와
저 문화재 역시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은 지금 이곳이어야 함을 역설했다.
단순히 이는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를 구실로 문화재를 실상은 파괴 훼멸하는 길로 귀결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탑재한다.
더 간단히 말해 저 원형 중심 상고주의는 그 이후 그 유산이 걸친 켜켜한 역사를 옹이로 간주해 쳐내는 홀로코스트다.
왜 지금 이곳이 중요하며 왜 지금 이곳이 준거가 되어야는지를 복식을 통해 실례로 든다.
여타 유산과 마찬가지로 복식이라 해서 사정이 다를 바 없어 그 실물자료라 해봐야 고대로 갈수록 몇 점 되지도 않고 그나마 남은 것이라 해봐야 시체를 싸맨 것이며 절대 실물자료는 근현대, 곧 우리 당대 자료다.
물론 그 복식 혹은 복색이 어떻다는 문헌 증언이 더러 있고 간접자료로 당대 회화가 남은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말하는 실물이 도대체 어떤한지는 지금 이곳에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복식하는 사람들한테야 유별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숙명여대 정영양 박물관 이번 특별전 출품작 중 이 용포龍袍를 마주하고선 나로선 무릎을 쳤다.
그 설명에 이르기를 이런 도포는 청대 황제가 기우제를 지낼 때 입었다는데 저를 보고선 내가 기간 예의지니 예악지니 해서 고대 예서禮書에서 무수히 마주한 행사별 황제복식을 실물로 보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다 하는 그 느낌 말이다.
물론 저 실물이 진한시대 이래 바로 그 복식일 수는 없다. 그에도 무수한 변동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변화는 언제나 전대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그 바탕 중에서도 변치 않는 그 무엇이 있으니 나는 저에서 그 변치 않는 무엇을 본 것이다.
개중 하나가 색깔이다. 왜 청색인가? 바로 이런 의문은 저 복식이 기우제용이라는 데서 평범성이 있는 것이다.
저와 같은 근현대 당대에서 출발해야 우리가 의문으로 품는 무수한 물음을 해명하는 단초를 마련함이 비단 복식뿐이겠는가?
저것은 청대 자료라 해서 변형이라 해서 원형이 아니라 해서 내쳐야겠는가?
역사는 간단없는 누층의 조합이다.
그 준거는 언제나 지금 이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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