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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홍범도, 권력이 고른 김원봉 대타

by taeshik.kim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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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투쟁 표상으로서의 홍범도. 왜 굳이 이재명이 홍범도를 찾았겠는가?

 
작금 벌어지는 육사 내 홍범도 동상 이전(철거?) 논란은 실상 전임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 논란이 되는 동상을 문 정부에서 세운 것을 포함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격렬한 청산운동을 벌이는 직접 빌미가 된 대대적 현창사업을 벌인 데 역시 문 정부인 까닭이다.

따라서 이 사안은 대단히 정치적이다. 전임 정부가 대표하는 현 야권 정치성향과 현 집권 여당 세력 정치성향이 직접 충돌하는 양상을 띠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현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앞세우고서 각종 정책 또한 그에 맞추어 펴는 와중에 이 사안이 터졌으니 실제 저 동상을 이전 혹은 철거해야 한다는 집권 여당 측에서는 홍범도는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아니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 자리서 그 타당성을 따져 누가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싶지는 않다.
 

홍범도 유해 봉환



다만 전임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역사바로세우기랄까, 그네들 기준에 의하면 저러했을 흐름 중 인물 현창과 관련한 흐름을 간단히 짚어봤으면 한다.

이 과정을 대별하면 문재인 정부는 분명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혹은 그런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근대사 인물 둘을 골라내어 현 여권 세력이 지향하는 주의主義와는 그들이 다른 지점, 혹은 대척점을 섰음을 보여주고자 무척이나 공을 들였으니 홍범도는 그 과정에서 실은 대타로 호명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박차정과 김원봉



그것도 타석에 들어선 중간에 느닷없이 교체 사인이 들어와 몸풀 겨를도 없이 헬멧만 허겁지겁 쓰고 들어선 이가 바로 홍범도다.

내 보기엔 분명 홍범도는 스타팅 라인에 없었고 당연히 주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본래 자리는 누구 차지인가?

약산 김원봉이었다. 의열단이니 김원봉이니 하는 이름이 내 세대에야 국사 교과서에도 나왔으니 친숙하기는 하겠지만 솔까 의열단 빼고나면 남는 게 없는 오리무중한 인물이다.
 

김원봉을 전면에 불러낸 2015년 영화 암살



요즘 세대야 어떤지 모르지만 외려 우리 세대보다 더 친숙할 수 있으니 조승우가 약산으로 특별 출연하고 이정재 하정우 전지현이 열연한 2015년 영화 암살에서 비롯한다.

이렇게 영화가 발판을 마련한 약산을 문재인 정부는 화려하게 띄우고자 했으니 이를 발판으로 국가서훈인가까지 하려 했다.

이 약산은 다른 누구보다 문재인이 틈날 때마다 공식 연설을 통해 호명했으니 대통령 연설이야 누군가 써 준 것을 본인이 가필하고 읽는데 지나지 않아 약산 빠가 문재인 본심인지는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심이라고 나는 본다. 대통령 이전에도, 예컨대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도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 할 정도였으니

민주당 집권시절 약산 혹닉은 분명 대통령 문재인의 심중이 아주 깊이 박힌 데서 말미암았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서훈 추서는 쉽지 않았다. 좌익 계열에 몸담았다가 해방 이전에 자연사하거나 암살당한 홍범도나 여운형과는 달리 약산은 해방공간에서 월북하고 무엇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내각 관료인가까지 지내다 1958년에야 숙청된 전력이 문제였다. 

당연히 보수 야권에서는 극렬 반대하고 무엇보다 일반 여론도 여권이 의도 혹은 기대한 것과는 달라 서훈을 밀어부칠 여력이 되지 못했다. 서훈 규정도 문제였다고 기억한다.
 

피우진



이때 구원투수를 자처한 이가 국가보훈처장 피우진이었다. 주군한테 잘 보이고 싶었는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약산의 서훈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펴기도 했다.

하지만 해방 공간 이후 전력이 문제가 되어 약산 재평가의 화룡점정이라 할 국가서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민주당 정권이 북한 눈치보기를 했다는 후문도 파다하다. 북한에서 김원봉을 달가워할 리 있겠는가? 숙청한 마당에, 더구나 그런 친구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역사에서 지워버린 마당에, 그런 인물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일을 어찌 북한이 반기겠는가? 

그렇다면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권력은 언제나 패배를 감추려 한다. 상한 가오는 최대한 숨기고 이를 만회할 만한 대타를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 대타가 바로 홍범도였다.
 

영화 봉오동 전투. 하필 개봉 시점이 2019년이다.

 
홍범도는 약산 띄우기에 매진한 피우진이 보훈처장에서 물러난 뒤 조금은 숨고르지 형식을 빌리다가 황기철 처장 때 그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대대적인 현창이 이뤄진다.

마침 그때 영화 봉오동 전투도 개봉했으니, 나는 홍범도 선양과 영화 개봉을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언제나 영화는 정치적이다. 

문재인 정부 역사 정책 흐름은 근대사로 좁힐 때 간단히 아래와 같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즈음해 3.1혁명으로 격상하려다가 실패 
2019년 11월 의열단 100주년 즈음해 약산 띄우려다 실패
2020년 청산리, 봉오동 전투 100주년 즈음해 무장투쟁을 띄우고 싶었지만 어찌된 셈인지 김좌진, 이범석은 제껴버리고 홍범도 낙점
 
(이 글 집필에는 몇몇 지인 도움이 있었지만, 현 단계에서는 그 실명을 밝힐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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