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홍상수로 새벽을 시작한 하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2. 17.
반응형

아마 내 나이대 남성은 비슷한 패턴이지 않을까 하는데, 아니라 해도 대세엔 지장없다. 저녁을 먹고 나면 대개 수면욕이 우후죽순마냥 솟아나니, 그대로 꼬꾸라져 버리니, 그리하여 대개 새벽 서너시에 깨고는 빈둥빈둥하기 마련이라

그 시간이면 대개 간밤에 들어온 기사들을 훑어보며 그것을 sns에 공유하거나 홈페이지 적당한 곳을 찾아 배치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오늘 새벽에도 세시쯤 눈을 뜨고선 으레 하는 그런 일에 건성건성 달려들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웬걸? 홍상수가 또 먹었다는 긴급기사가 들어온다.

홍상수와 김민희. 보는 이 기준으로 오른쪽이 김민희다. 그러니 홍상수가 누군지는 짐작하기 바란다. 


잉? 내가 일정을 미쳐 챙기지 못했는데 오늘이 베를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날인지 [1보] 홍상수 '소설가의 영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이라는 제목만 딜링 달린 문화부 한미희 기자 기사가 날아든 것이다. 이걸 보니 우리 문화부 영화 담당기자들이 홍 감독 수상 여부를 지켜보고자 이 시간에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어 [2보] 홍상수 '소설가의 영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 이라는 좀 더 상세한 기사가 나오더니 종합에다가 다시 그것을 보탠 종합2보, 그리고 이 영화를 포함해 베네치아영화제, 칸영화제를 포괄하는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이룩한 성과들을 정리한 표가 넘어온다. 이런 자료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수상에 대비해 미리 써놓은 것이며, 나아가 이전 기사들에서 차곡차곡 정리가 된 것이니, 이런 표 작성이 그리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아니다.

이거야 문화부 몫이고, 나는 나한테 할당된 몫이 있으니, 외신을 통해 넘어온 관련 기사와 사진을 추리고, 나아가 영화제 사무국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을 찾아 수색해 들어가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재배열한다. 그에 갓 오른 포스팅을 보니 아래와 같은 사진과 더불어


그의 수상을 전하는 간략한 문장이 있으니, 그걸 인용해 나는 나대로 우리가 운영하는 트위터랑 페이스북 계정, 그리고 내 개인 트위터랑 페이스북 계정 등에 때로는 한국어로, 때로는 영어로 관련 소식을 링크하는 형식으로 타전하기 시작했으니 이렇게 정신없이 새벽이 흘러갔다.

이런 일을 겪는 기자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저와 같은 소식이 있으면 담당기자랑 데스크는 사실 그만큼 할 일이 많아지며, 그때문에 푸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일처럼 허망할 때는 없다. 기왕 고생하는 거 저와 같은 수상소식으로 잠깐 정신없이 바쁜 게 좋지, 날밤 까며 기다렸는데 수상실패? 이처럼 환장할 노릇도 없다.

홍상수는 멀쩡한 본마누라 버리고 젊고 이쁜 김민희랑 바람이 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같이 살며 붙어다닌다 해서 사람들한테, 특히 여성들한테서는 참말로 밉상 혹은 죽일 놈 취급을 받곤 하지만, 영화 혹은 영화인 자체로만 보면 이만큼 화려한 국제무대 업적을 낸 감독은 없으며, 제아무리 봉준호가 위대한 업적을 냈더라도, 홍상수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 그의 영화는 보면 짜증이 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독특함을 자랑한다.

나는 그가 무슨 거창한 철학이 있어 저런 영화만 만든다고 보지 않거니와, 또라이 아닌 거장 있던가? 그는 또라이일 뿐이라고 나는 본다. 그 또라이 기질이 그에게서는 저와 같은 영화로 발현될 뿐이며 그것이 다행히 국제무대에서는 유별난 상복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런 또라이 감독 영화제 수상소식으로 오늘을 시작했으니, 그 여파에 남들이 업무를 시작할 무렵이면 나는 그에 곯아떨어지고 말았으니, 그렇게 시작한 하루가 온전할 리 있겠는가? 이 글을 긁적이는 지금이 저녁 8시라, 벌써 잠이 쏟아진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