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nd Leashes
액면 그대로 옮기면 사랑과 사슬(들) 정도가 된다. leash는 끈 혹은 줄을 의미하며, 보통은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요새야 재료가 꼭 가죽에 국한하겠는가? 이에서 사슬 혹은 차꼬라는 의미로 파생한다. 저 제목이 주고자 하는 의미야 빤하다. 아름다운 구속? 정도라고나 할까? 사랑인가 집착인가? 뭐 이런 뜻도 되겠고.
얼마전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드라마다. 서주현과 이준영이 주연하는 순 한국어 드라마다. 한국어 드라마니 그에 걸맞는 한국어 제목도 있을 터.
뜻밖에도 원래 한국어 제목은 모럴센스. 영어 moral sense를 그대로 한국어로 표기한 것인데, 놀랍게도 그 영어 제목은 이와는 전연 상관없이 Love and Leashes다.
All of us are dead
제목이 좀 섬뜩해서 그대로 옮기면 우린 모두 죽는다. 뭔가 불교 철학을 녹여내려 한 듯하지만 그와는 전연 관계없는 넷플릭스 한국어 드라마로 배경은 한국 학교다. 오징어게임 이후 최고 히트작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귀신 좀비를 소재로 하는 한국교육현실 고발이라나 뭐라나 암튼 그렇다고 설레발을 쳐댄다.
이 드라마 역시 한국어 기반이요, 따라서 한국어 본래 제목이 있으니 뜻밖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이 원제다. 지금 우리 학교가 배타고, 혹은 벵기타고 미국을 가면 다 죽나보다. 그래서 저리 영어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넷플릭리스 드라마 역사를 새로 쓴 이정재 주연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그대로 영어 제목을 가져가 'Squid Game'이라 한다.
종래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벌어진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판로가 달라졌기 때문이니, 넷플릭스 기반이야 그쪽에서 돈을 대서 제작했으니, 당연히 한국어 제목과는 관계없이 그쪽에서 영어 제목을 정할 것이어니와 꼭 그것이 아니라 해도 한국어 본래 제목과 전연 관계없는 영어 타이틀이 일반화했다.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를 시장으로 겨냥하니 당연히 그 구미에 맞는 제목을 정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가 하면 곧이 곧대로 직역을 선호하는 전통도 물론 저 스퀴드 게임처럼 있다. 한국시간 오늘 새벽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 김민희 주연 한국어 영화 '소설가의 영화'는 그대로 영어 제목을 직역으로 가져갔으니 The Novelist's Film 이라 한다. 이는 홍 감독 특징인 듯한데, 이 양반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아주 곧대로 간다.
그런가 하면 아예 번역없이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가져가는 일도 흔해졌다. 예컨대 김치를 뭐라하겠는가? Kimchi지.
이 경우 그런 한국어를 아는 사람들한테야 그런갑다 하겠지만, 그 말을 종잡기 힘든 외국 시청자나 독자들은 당연히 생소함에서 비롯하는 신비감을 주기 마련이니, 그 대표가 한국어 영화지만 엄밀히는 미국영화인 Minari 가 대표적이다. 이 미나리라는 말을 알아듣는 미국 시청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일부러 감독은 이 제목을 썼다.
저와 같은 현상은 한국콘텐츠 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거니와, 특히나 미국시장 지향인 요새 한국가요계는 말할 나위도 없다.
영어, 엄밀히는 그에서 유래하는 표현이나 단어가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잡다 보니, 아예 번역이 필요없는 영어 제목을 그대로 쓰는 일도 흔해서 BTS '버터'만 해도 이 버터 Butter 가 영어인가 한국어인가? 나는 둘 다라고 본다.
뭐 한자어 영어 단어 빼야 그것이 한국어 순수성을 유지한다고 보는 이른바 한글순화운동가들이야 경기를 일으키겠지만, 버터는 한국어다. 한국어에 영어단어 혹은 영어 표현 들어간다 해서 그것이 한국어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주장 나는 추호도 용납할 생각도 없고 동의도 안 한다.
왜 그리 자신감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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