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3, 2013 글인데, 오타 등을 바로잡는 수준에서 교정한다.
신라사 중고기 왕실 관련 인물로 용춘龍春이라는 사람이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의하면, 이 사람은 신라 제25대 진지왕眞智王의 아들이요,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아버지다. 그의 행적에서 그가 화랑, 혹은 화랑이 이끄는 무리 일원이라는 언급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용춘과 관련되는 인물로 오직 《삼국유사》에만 보이는 비형鼻荊이라는 인물이 있다. '도화녀 비형랑桃花女鼻荊郞' 이야기 주인공 중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그는 폐위된 뒤에 죽은 혼령이 된 진지왕이 도화녀라는 얼짱 여자와 관계해 낳은 '귀신 아들'로서, 주특기는 공공기술자을 이끄는 우두머리라는 점이다. 이런 그가 화랑 혹은 그가 이끄는 무리와 관계있다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귀신...비형랑은 귀신을 거느렸다.
한데 《화랑세기》가 출현한 이후, 용춘과 비형랑에 관련한 논급이 부쩍 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화랑세기》를 보면, 용춘은 김춘추의 생부가 아니라 작은아버지다. 친아버지 용수龍樹가 죽은 뒤에 동생인 용춘이 형수를 취하여 아내를 삼고, 나아가 조카인 춘추를 아들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화랑세기》를 보면, 용춘은 뜻밖에도 화랑이 이끄는 집단 우두머리인 풍월주를 역임했다. 구체로는 그는 제13대 풍월주다. 말한다. 용춘은 화랑 출신이다.
그리고 다시 《화랑세기》를 보면 비형은 용춘의 서제庶弟다. 용춘이 진지왕과 그 정식 부인 사이에서 난 아들인 적자嫡子인데 비해 비형랑은 진지왕이 음란하다 해서 폐위되어 유폐 생활을 하는 와중에 관계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더구나 이런 비형랑이 형인 용춘을 도와 그가 이끄는 화랑 집단에 직접 관계했다는 사실을 적기했다.
용춘과 비형이 화랑 혹은 그가 이끄는 집단에 관계있다는 논급은 이 지구상 오직 《화랑세기》에 있을 뿐이다.
비형랑 엄마 도화녀...말 그대로는 복숭아꽃 같은 미인이라는 뜻인데, 혹 고 장진영처럼 생기지는 않았을까?
한데 《화랑세기》가 출현한 이후에 쏟아져 나온 글을 보면 《화랑세기》는 일언반구 논급도 않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그것이 가짜라고 몰아치면서도 용춘과 비형랑이 화랑과 관계 있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실로 기이한 풍경이 벌어진다.
이런 주장을 대표하는 이로 건국대 사학과 김기흥이 있으니, 그는 실로 보무도 당당하게 용춘과 비형을 같은 사람으로 간주하면서도 그들이 화랑이라고 주장한다. 경북대 박순교 또한 용춘이 비형이라는 김기흥 설을 지지하면서 그가 화랑이 이끄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간주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종원은 《화랑세기》가 가짜라 명시한 적은 없지만 실상 가짜라고 선언하면서도 이르기를
"비형은 郞이라 불리었으며, 휘하의 유능한 인물을 천거하는 등의 면모에서 비형 자신과 그 무리를 화랑과 낭도로 보는 견해는 타당하다."
고 해서, 도저히 《화랑세기》 출현 이전에는 나올 수 없는 담대한 발상을 내놓고 있다.
랑郞이라 불렀다 해서 화랑이라고???? 휘하의 유능한 인물을 천거하는 등의 면모가 있다고 해서 화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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