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27년만에 소실된 오키나와 류큐국 심장 '슈리성'
송고시간 | 2019-10-31 10:57
정전·남전·북전 등 불타…"류큐 신화 집약된 소우주"
[영상] 인기 관광지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 화재…중심 건물 전소
아침이다. 눈을 뜨고선 간밤 뉴스를 서칭하는데 오키나와沖縄 류큐국琉球國 수리성首里城 슈리조Shurijo or Shuri Castle 이 홀라당 불타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난 류큐를 간 적 없다. 따라서 그 현장의 생생함을 유별나게 크게 느낄 수는 없다. 그 점에서 내가 다녀온 곳 중에 파리 노트르담성당과는 조금은 달랐다. 얼마전 멀쩡하게, 그리고 지나치게 당당하리만치 위압적인 그 성당이 활활 타는 모습이 더 가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둘은 문화재 가치에서 이른바 체급이 다르다 하겠지만, 솔까 노트르담이 그 점에서 헤비급이고 수리성이 플라이급이라는 평가는 하늘에 있는가 땅에 있는가? 모든 소실과 상실은 가슴이 아픈 법이다.
이번에 타내린 수리성은 소위 원형을 중시하는 우리네 문화재 관점에서는 이른바 짜가다. 레플리카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섣불리 단안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대접이다.
이번에 불타내린 소위 레플리카 수리성만 해도, 그 자체 수리성의 기나긴 역사의 온축이며, 그 온축의 현재형이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없을 수도 없고, 실제 그에는 수리성, 나아가 류큐국의 켜켜한 흔적들의 현재적 모습인 것이다.
나하 시내를 한눈에 조망하는 언덕에 위치한 수리성은 기사에 의하건대 아마도 15세기 초반에 처음 들어선 듯하고 이후 동아시아 왕국 궁전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구비해야 하는 모습을 다음 세기에 완성한 듯하다.
수리성은 소실과 재건이 거듭했다. 현재 기록에 의하건대 1660년에 소실돼 12년이 지나 1672년 다시 세웠다가 1709년에 다시 화마를 만나 1712년 재건했다. 류큐왕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되어 일본 영토가 되자 류큐왕국의 상징 수리성은 일본군 주둔지가 되고 학교 등으로 전용됐다.
그러다 류쿠 가치에 착목한 한 인류학자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1925년 그 정전이 국보로 지정됐다.
하지만 수리성은 비극에 이에서 멈추지 아니했으니, 1945년 미군 공격에 쑥대밭으로 변했다가 그 터는 대학 캠퍼스로 변모했다. 그러다가 현재 남은 자료를 기준으로 18세기를 기점으로 삼은 복원 프로젝트가 1989년 착수되어 1992년 막을 고했다.
이번에 잿더미로 변한 수리성은 27년 전에 지은 건축물이다.
이런 역사의 내력을 보건대 과연 이번에 잿더미로 변한 것이 27년 전 새 건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화재와 그에 따른 건물 전소는 류큐 왕국과 그에 대한 기억에의 일대 타격이며 비극이다.
27년 전 복원한 수리성은 그 이전 수백년, 아니 수천년에 달할지도 모르는 류큐 역사의 온축이다.
그것이 불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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