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毒과 藥은 실은 같다.
어떻게 조제해 사용하느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된다.
독약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
그 옛날 내가 소개한 책 관련 기사로 대체한다.
흥미로운 얘기가 많다.
2009.02.17 18:48:24
<환각의 열풍이 몰아친 고대 중국>
'독약은 입에 쓰다' 완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유교의 합리주의 정신에 투철한 당나라 때 지식인 한유(韓愈)는 불교만이 아니라 도교 또한 매섭게 공격했다. 이런 그에게 태학박사를 역임한 형의 손녀사위 이간(李干)이 48세로 죽는 일이 일어났다.
한유는 그를 위한 묘지명을 쓰면서 이간이 죽은 이유를 무분별한 약물 복용에서 찾았다.
독약 or 독극물
"(이간이) 방사(方士)인 유비(柳泌)를 만나 그에게서 금단(金丹ㆍ장생불사의 영약)의 약법(藥法)을 받아 복용했다가 자주 혈변(血便)을 보았다. 지난 4년 동안 병세가 날로 악화하더니 중태에 빠져 죽었다. (중략)금단의 복식(服食.복용)이 언제 시작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 복식이 무수한 사람을 죽이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존중되는 까닭은 세상 사람들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설에 미혹돼 있기 때문이다."
그와 비슷한 시대를 살다간 이 시대 최고의 스타 시인인 백거이 또한 당시 사람들이 "노년이 되면 또 생명을 탐하여 선약을 먹고 불사를 얻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로 역설적이게도 그런 백거이 자신도 단 한 방에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 금단이란 특효약을 제조하고자 무진 애를 쓴 적이 있다.
간첩 자살용 독약
금단이란 그 제조법이 지금도 분명하지 않은 구석이 많지만, 독극물인 황화수은이나 수은과 같은 광물질을 혼합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극물인 데다 환각성이 워낙 뛰어난 까닭에 그 부작용을 전하는 증언도 너무나 많다.
한유는 그 유래가 언제인지를 모른다 했지만, 3-4세기 위진(魏晉)시대에 그런 열풍이 일었음은 분명하고, 나아가 그런 바람은 남북조시대를 거쳐 당대(唐代)가 되어서도 여전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 및 한국사상사를 주로 연구하는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가와하라 히데키(川原秀城, 59) 교수의 저서로 최근 국내에 번역된 단행본 《독약은 입에 쓰다》(성균관대출판부)는 '불로불사를 꿈꾼 중국의 문인들'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고대 중국 대륙을 휩쓴 마약 열풍에 대한 탐구다.
위진남북조시대 지식인들을 보면,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는 갑자기 옷을 벗어버리고 고성방가나 하염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고문진보》에도 수록됐으며, 이 땅의 애주가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주덕송(酒德頌)이라는 술의 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지은 유령이란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가와하라 교수에 의하면 이런 사회현상은 결정적으로 영원불사하는 신선 되기를 추구하는 도교라는 종교와 의학이 결합한 산물이었다. 도교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설파했으며, 이를 약물의 힘에서 빌리고자 했다. 그래서 그런 영원의 생명을 주는 약물을 금단이라 선전했다. 그러니 이 시대 의학, 특히 본초학은 도교와 발전의 궤를 같이한다.
독극물에 죽은 코끼리
위진남북조시대에 가장 인기 있던 특효약(요즘의 마약)은 한식산(漢食散), 혹은 오석산(五石散)이었다. 그 재료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황화수은이 주성분인 단사(丹砂)와 비소 등을 함유한 웅황(雄黃) 등이 주재료였음은 분명하다.
각종 기록에 의하면 이런 환각제를 퍼뜨린 주인공은 24세에 요절한 천재 왕필(王弼, 226~249)과 교류한 하안(何晏, ?~249)이었다. 이에서 비롯된 환각의 열풍은 멀리 당나라 시대 말기까지도 이어진다.
특히 당나라 때는 금단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다가 죽은 황제가 태종ㆍ헌종ㆍ목종ㆍ경종ㆍ무종ㆍ선종 등 6명이나 된다고 청나라 때 저명한 역사가 조익(趙翼)은 《이십이사차기二十二史箚記》에서 주장할 정도다.
가와하라 교수가 정리한 이런 고대 중국의 마약 열풍을 보면, 같은 시대 한반도, 즉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지식인들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김광래 옮김. 320쪽. 1만7천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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