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생가 이런 데는 내가 문화재로 밥을 먹고 산다 해도 발길이 내키지는 않는 곳이라
대체로 초가 한두 채 천편일률하는 모습으로 새로 지어놓고는 이게 생가요 하는 그 몰골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이라
충북 옥천은 내 고향 김천에서는 가까운 곳이긴 하나 소백산맥으로 갈라지고 더구나 옛날엔 같은 상주 권역 경상도라 해도 지금은 충청도에 붙어 심리조차 멀어진 곳이긴 하다만
누구 생가란 점에서 이곳은 시인 정지용과 박정희 와이프 육영수 고향이란 점을 대서특필하거니와
개중에서 전자는 내가 익히 듣던 바요 후자는 그런가? 하는 정도로 나로선 뇌리에 박힌 전통은 아니어니와
그제 마침 일이 있어 이곳을 들른 길에 표지판 살피니 두 곳이 아주 가차워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들르지 않을 순 없단 의무가 발동해 둘렀으니
결론은?
두 곳 다 보길 잘했다 안도한다.
우선 정지용 생가를 논하건대 볼짝없이 두 채 지어놓은 초가는 이런저런 사진 자료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것을 주민들 증언을 통해 대강 흉내만 낸 것이라
초가가 이리 끼끗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살피니 무엇보다 뒷간이 없으니 새삼 일러 무엇하리오?
함에도 마침 때가 천지가 요술을 부려 무더위 껄떡대다 가을 문턱 진입하는 시점이라
따가운 햇살 아래 펼쳐진 인공 초가는 그리도 황홀했고 무엇보다 담장을 타고 감싼 박들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한편으로는 아, 노래방 금영기계 향수 배경인 사진들 흉내를 지나치게 내려함이 아니었나 하겠지만
또 그럴 거면 차라리 경내 한 쪽에 마굿간 맹글어 얼룩배기 황소 마네킹이라도 세워두면 어떨까 하기도 했다만
나는야 그 탐스런 박들이 늦바람에 벗긴다는 용마름 턱 하니 걸터앉은 그 그림 같은 풍광에 넋이 빠지고 말았다.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h8V3bm8io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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