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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령으로 내가 삼는 대표 친구가 오동과 더불어 호박이라
그제다.
어떤 소소한 일로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으니 경북 영덕인가 어디가서 그 마당으로 옮겨다 놓은 조선후기 사대부가 오촌댁 담장 타고 호박이 휘감았으니
이파리는 대낮 더위에 오뉴월 소불알마냥 축 쳐졌으니
그 이파리 이미 억셈을 지나 황달기 완연이라
개중에서도 새순 가까운 친구야 데쳐 된장 바른 쌈밥 변신 가능하겠거니와
이젠 호박죽 시절이라
지금쯤 따다가 처마밑 두었다가 죽 끓여 예식장 부페로 가도 안성맞춤이겠다 싶다.
묻거니와 저 호박 주인은 누군가?
내 몇 개 따다 반토막씩 내어 안쪽은 청동숟가락으로 파서는 알맹이 솎아 볕에 말렸다가 개중 몇 개는 처마 밑 화분에 내년 봄 뿌리고
나머지는 겨울녁 드라마 한 편 때리며 앞니 아래위 가운데로 찡가서는 약간 힘주어 빠개고는 알맹이 빼어 집토끼마냥 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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