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2026학년도 수능 한문 감상 by 박헌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1. 14.
반응형

 

1.
해마다 그렇듯이 이번에도 그림을 보여주고 그림에 대한 대화를 가설하고 대화 내용과 맞는 한자어를 찾는 문제.

수험생은 그림을 열심히 볼 필요가 없다.

그냥 대화 내용만 잘 읽으면 된다.

아니, 대화 내용도 읽을 필요가 없다.

한문을 조금 알고 눈치 빠른 고졸 수준의 수험생은 문제를 읽지 않고도 곧바로 2초 정도에 답을 찾을 수 있다.

글씨 류하전탄야부지.

중국 당나라 시인 두순학의 한시 구절.

이 초서 글씨는 수험생 실력측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냥 그림에 있으니까 있는 것일 뿐.

이런 유형이 해마다 출제된다.

대개 시험의 목적은 학생들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고 동시에 공부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다.

한문공부보다 눈치공부를 하게 하는 1번 문항은 문제 유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황하게 그림을 보여주고, 길게길게 대화체 지문을 연구해서 넣고...

복잡하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물고기 잡는 사람을 무어라고 하지? 라는 질문에, 木手, 石工, 漁夫, 農夫, 商人.을 주고 가리게 해도 된다.

두 줄이면 끝나는 문제.

2.
出衆의 뜻을 묻는 문제.

3.
兵卒, 住居, 先後, 始終 가운데 상반되는 글자로 만들어진 낱말을 찾는 문제.

4.
作, 改, 胡, 呼, 別 가운데, 대화의 내용에 맞는 글자를 찾는 문제. 한자의 음, 부수, 총획 등을 대화로 설명하고 있다.

5.
설명을 읽고 ‘心血’을 찾는 문제.

6.
추운 겨울을 뜻하는 ‘冬’을 찾는 문제.

해마다 이 문항에는 ‘타이완’ 어휘를 갖고 온다.

지문에 ‘타이완에서는 嚴寒이라고 한다.’라고 해놓으면 발음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물론 문제풀이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한국 수능 한문 시험에 타이완 어휘를 왜?

글로벌 뉴스 화면이라서?

타이완 입시 시험에도 한국어 낱말이 거론되는지 궁금하다.

한문시험에 저렇게 적어놓으면, 엄동이라고 읽나?

옌도웅이라고 읽나?

중국어랑은 다른가?

하는 의문이 수없이 생긴다.

한국 한문은 엄밀히 말해 ‘대만의 어휘’랑 연계시킬 필요가 없다.

이 문항도 유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7.
사자성어 십자말 풀이.

해마다 나온다. 目不忍見, 見利思義.

겹치는 부분에 들어가는 ‘見’자를 찾는 문제.

문제풀이와는 별무상관인 옆길에서 보자면, 見利思義의 ‘義’는 참 고민스러운 글자이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는 ‘의리’의 뜻은?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함’이라고 지문에서 풀어주었는데 ‘의리’는 정확히 무슨 뜻이지?

한문하는 사람들이 예사롭게 쓰지만 이건 좀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단어이다.

이익을 보면, 으쌰으쌰, 사나이가 의리를 지켜야지!가 생각나지 않나?

내 견해로는, 思義는 ‘정의를 생각함, 옳은길을 생각함, 바른길을 생각함’ 정도가 더 맞다.

8.
‘서로 잘 사는 길’을 뜻하는 한자어를 찾는 문제.

外面, 私慾, 紛爭, 相生, 獨占 중에서.

9.
大家의 뜻을 알면 푸는 문제.

10.
반도체의 半자를 찾는 문제.

11.
지문은 서애 유성룡의 ‘서애집’에 실려 있는 ‘산성설(山城說)’에서 가져왔다.

원문: (a)敵之强弱, 古今有異, 而(b)戰守之形, 難易頓別, (c)古人所築山城, 今多不可繕修而用之. (d)若不知改圖, 而惟古之從, 則殆無異於刻舟求劍也.(문장부호와 abcd는 필자가 붙임)

번역원DB: 적의 강함과 약함은 옛날과 지금이 다르고, 싸우고 지키는 형세의 쉽고 어려움도 아주 다르니, 옛사람이 쌓은 산성은 지금 수선하여 쓸 수 없는 것이 많다. 만약 개혁하여 쓸 줄은 모르고 옛것대로 한다면, 이는 각주구검(刻舟求劍)과 거의 다름이 없다.

출제지문: 지금 적의 강력하기가 옛날과 다르고, 지형의 유리한 조건이 예전과 상당히 달라졌기에, 옛사람이 쌓은 산성은 지금 대부분 쓸 수 없다. 그런데도 만약 옛것 그대로 따른다면, 이는 (    )와/과 다름이 없다.

괄호에 들어갈 사자성어를

人山人海, 九牛一毛, 水魚之交, 多才多能, 刻舟求劍 가운데에서 찾는 문제이다.

수능출제와는 관계없지만, 뱀발 하나 붙여보자.

저 원문은 문장구조가 상당히 고난도 문장이다.

ab: 적의 강약은 고금에 차이가 있고 싸울거냐 지킬거냐의 형세는 난이도가 아주 다르다.

c: 옛사람이 쌓은 산성은 지금은 대부분 수선해서 쓸 수가 없다.

d: 만약 새로운 방법을 찾지 않고 옛날 방식을 따르려고 하면 각주구검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ab와 c는 인과관계가 있을까 없을까?

/ab:강약도 다르고 전수도 다르다.

c:옛산성은 개판이다.

d:만약 새로운 방법을 안 찾고 옛 산성을 보수해서 대처하려 하면 각주구검과 같다./

ab와 c는 인과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신은 못하겠다.)

인과관계 문장으로 보면, ‘ab하므로 옛성은 쓸 수 없다.’는 뜻이고,

인과관계가 없다면, ‘ab하고 또 옛성은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뜻이다.

만약 없다면, DB와 지문은 둘다 번역 오류가 된다. (만약이라고 했으니 딴지 걸지 마시라.)

둘째, a와 b의 관계를 보자.

/(a)敵之强弱, 古今有異, 而(b)戰守之形, 難易頓別,/ a와 b 사이의 ‘말이을 而자’를 병렬로 보느냐 인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적의 강하고 약함은 옛날과 오늘날이 다르다.

외부의 적군이 옛날에는 잔챙이 왜구이거나 북쪽 변경 오랑캐쯤이었는데 오늘날은 일본군이다.

화력 무기를 갖춘 적군이다.

그러므로 성문을 열고 나가 적군을 치는 공격형 전투를 할 것이냐 아니면 성문 닫아걸고 방어 위주로 갈 것이냐를 놓고 볼 때에 그 형편의 어렵고 쉽고를 판단해보자면 아주 다르다.

내 생각으로는, ‘적군이 옛날보다 엄청 강해져서 출성 공격하는 전투보다 수성 방어하는 것이 훨씬 쉽다.’의 뜻인 듯하다. (물론 확신은 못한다.)

만약 그렇다면, 병렬형으로 번역한 DB와 수능지문은 둘다 오류이다.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니 이것 역시 딴지 걸지 마시라.)

이 글이 재미있는 분들은 다시 번역해보시기 바란다.

/敵의 强과 弱이 古와 今에 異가 있어서 그래서 (今에는) 戰을 할 것이냐 守를 할 것이냐의 形이 難과 易가 아주 別하고, 古人이 築한 바의 山城은 今에는 대부분이 繕修而用之가 不可하다.

만약 改圖할 줄은 모르고 오직 古를 從하고자 한다면 刻舟求劍과 거의 異가 없을 것이다.

/이 문항은 얼핏 읽자마자, 아, 이건 번역이 고난도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정답을 찾으려면 정밀분석을 해야겠지만, 심심풀이니까 그럴 것까지는 없다.

12.
고사성어 塞翁之馬, 새옹지마를 찾는 문제.

13.
‘記人之功 忘人之過’의 ‘過’자를 찾는 문제.

14.
居安思危, 危可使安의 ‘安’자를 찾는 문제.

15.
律己須明白, 待人要包容의 뜻을 묻는 문제.

16.
凡遇事, 若可爲之事, 則盡誠爲之.의 뜻을 묻는 문제.

17.
산림경제에서 가져온 지문 중 隨地所宜, 雜植樹木.의 뜻을 묻는 문제.

18.
산림경제에서 가져온 지문중 春則賞花, 夏則陰涼, 秋則食實.을 해석할 줄 알면 풀리는 문제.

19.
청파극담에서 가져온 번역문 지문에 맞는 久而不已 則必至于有成.을 찾는 문제.

20.
분서에서 가져온 지문중 ‘長短’과 짜임이 같은 ‘本末’을 찾는 문제.

21.
분서에서 가져온 한문 지문의 뜻을 이해해야 하는 문제.

22.
맹자 禮人不答 反其(敬)의 ‘敬’자를 찾는 문제.

23.
反求諸己의 뜻을 묻는 문제.

24.
일사유사에서 가져온 지문. 無少差違의 뜻을 묻는 문제.

25.
일사유사에서 가져온 지문에서 내용을 파악하고 ‘神筆’이라는 어휘를 찾는 문제.

26.
임억령의 송백광훈환향, 이백의 송맹호연지광릉에서 開, 逢, 辭, 下, 盡 등의 글자의 뜻을 묻는 문제.

27.
시의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 고교생 수준으로는 고난도.

28.
열자에서 가져온 지문. 백아와 종자기 이야기. ‘暴雨’의 독음을 묻는 문제.

29.
백아와 종자기 이야기 중에서 伯牙援琴而鼓之 鍾子期輒窮其趣의 ‘窮’자의 뜻을 묻는 문제.

30.
백아와 종자기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 중에서 맞는 그림을 찾는 문제.

===

 

국어시험 한자어 어휘 테스트가 되어버린 수능한문 by 박헌순

https://historylibrary.net/entry/%E3%84%B7-346

 

국어시험 한자어 어휘 테스트가 되어버린 수능한문 by 박헌순

수능한문 얘기 하는 김에 하나 더 해보기로 한다. 출제위원이 직간접으로 아마도 내가 아는 분들일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거는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문과

historylibrary.net

 

 

2025학년도 수능 한문영역 풀이 by 박헌순

https://historylibrary.net/entry/%E3%84%B7-292

 

2025학년도 수능 한문영역 풀이 by 박헌순

[1]홍득구의 송별도. 그림을 보여주고 설명을 한참 해놨지만 결국은 ‘이별하여 보내는 그림’을 한자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묻는 문제. 수험생이 그림을 보고 지문을 다 정독하면 시간 낭비.

historylibrary.net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