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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거울 하나 갖다 놨을 뿐인데, 큐레이팅을 묻는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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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aic of Medusa's Head in Sousse Museum : Where Myth Meets Art

유럽 박물관 미술관들을 쏘다니다 보면 특히 같은 업계 우리 종사자들이 우리보다 나은 게 없다는 토로를 자주 하는 장면을 목도한다. 

그래 솔까 그 박물관 미술관 대체로 그 전용을 위해 애초 그걸로 출발한 데는 아주 드물고, 보통은 옛날 궁과 같은 건물들을 재활용한 것이라,

설비 낙후라는 측면에서 어찌 삐까번쩍한 우리네 신식 박물관 미술관 전용 건물, 특히 이웃 중국의 그 화려찬란한 신생 박물관 미술관에 견주겠는가?

우리가 모자라는 건 딱 한 가지, 그 켜켜한 역사가 품은 그 압도하는 아우라다. 

하지만 살피면 그런 가운데서도 저네들이 획책하는 시도들로써 눈여겨 볼 만한 데 천지라,

나는 지난 연말 올초 3개월에 걸친 장기 유럽 체류 중에 특히 그리스 박물관 움직임이 너무나도 문화충격으로 다가왔거니와

각설하고 튀니지 수스 박물관 Sousse Museum이라는 곳 메두사 머리 모자이크가 그 사례가 될런지 자신은 없고, 무엇보다 내가 본 적이 없기에 뭐라 더 보탤 말은 없거니와 

저는 암튼 그 원본 오리지널이라 할 만한 로마 모자이크가 훌륭하기 짝이 없어, 저 오리지널 자체는 20세기 이래 미술계 대두하여 주체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추상화 그 어떤 데도 뒤지 않는다.

김환기 우주?

택도 없다. 

흔히 저와 같은 모자이크를 일러 저쪽에서는 브레스테이킹 breathtaking, 곧 숨이 막힐 만하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래 솔까 저런 유산 넘겨준 저쪽 조상들이 부럽기 짝이 없고 저걸 그대로 물려받은 후손들도 부럽기 짝이 없는 반면, 그 거지 같은 국토를 물려준 단군 할아버지가 또 원망스럽기는 하다. 

암튼 서기 2세기 무렵 메두사 머리를 중앙 지점에 놓고 각종 황홀한 기하학 문양으로 장식한 테세라tessera 하나하나가 어울러져 고르곤Gorgon의 강렬한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큐레이터가 가만 있지 못했다. 좀이 쑤셨다.

저걸 어케든 더 포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자이크 앞에다가 거울을 설치하고는 방문객들이 메두사를 직접 마주 보지 않고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메두사 시선이 인간을 돌로 만든다는 전설에 기초한 발상이다. 

저것이 큐레이팅 아니겠는가? 

저 거울 설치하는데 돈 몇 푼이나 들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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