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기억하는가? 당시 화재의 참상을 증언하는 마스코트와도 같은 장면이다. 저 사진이 우리 공장 강원본부 작품임은 알았지만 그 촬영자가 요새 김태식한테 잘못 꼬드김 당하고는 강릉 남대천에서 흰꼬리수리 찍느랴 여념이 없는 백전노장 유형재라는 사실은 이번에야 알았다.
우리 공장 DB에 내장한 저 사진을 보내주면서 "이것이 승님 사진이요?" 하니 그렇다고 퉁명스레 답한다. 뭘 그런 걸 새삼스레 묻느냐? 것도 모르냐는 핀잔 같다.
저 동종이 낙산사 범종루 주인공인 그 동종이다. 낙산사가 불타내리는 TV 생중계 화면에서도 저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불타내리는 남대문이랑 마찬가지로 그 직전 문화재업계 최대 화재 참사로 꼽히는 낙산사 산불은 영원히 저 사진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저걸 보면서 많은 이가 안타까워했다. 아이구 어째? 그 소중한 보물이 불타네? 동종이니 구리가 녹는 온도라고 해 봐야 1082도인가 83도인가? 버텨낼 재간 있겠어?
아니나 다를까 식목일 대참사가 지난 이튿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낙산사 보물 동종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당시엔 이 사실이 잘 지적되진 않았지만, 문제의 저 동종, 2005년 낙산사 대참사를 증언하는 저 마스코트 속 동종은 보물이 아니었다! 진짜 보물 동종은 딴 데 있었다.
대신 저 동종은 멀쩡했다. 것도 아주 멀쩡했다.
이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아무리 제작 연대가 조선전기와 현대기라는 차이가 있지만, 왜 조선시대 동종은 녹아내렸고, 저 현대기 동종은 멀쩡했는가?
혹 저 동종이 철종은 아닌가? 이런 의문은 다음호에서 풀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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