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는 기사를 못 쓴다.
기레기라 갖은 욕은 다 먹는 직업 기자.
그네들을 향한 질타 중에 발로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발로 기사를 써? 너가 써 봐라. 발로 기사가 써지는지.
물론 이 또한 여건에 따라 다르고, 요새는 그리 내몰리기도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사 못 쓴다.
아니 쓸 수는 있지만 속보성은 물론이고 정확성에서 의외로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가 모든 부문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간밤에 초대형 사건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 영장심사 끝에 구속 됐다.
그를 위한 법원 출두와 현장 분위기, 그리고 그에 따르는 각종 현장 소식...
이걸 현장 기자가 일일이 그 자리서 세세하고 정확하게 쓴다?
웃기는 소리다.
그런 일은 방구석에 앉아 TV 생중계로 지켜보는 기자 몫이다.
현장 나간 기자?
내 세대 기자들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들은 신참내기가 주류라, 그리고 조금 연식이 있다 해도 어차피 현장에서 무슨 노트북 켜서 한가롭게 기사를 쓴단 말인가?
전화로 전개상황 불러주면, 그걸 받아 그리고 요리조리 조물탕조물탕 해서 마치 내가 현장에서 쓴 기사처럼 포장해서 나갈 뿐이다.
물론 요새는 인력 사정이 그리 되지 않으니, 현장 나간 기사가 받아치기 한다고 정신이 없다.
열심히 받아쳐서 그걸 녹여서 기사로 만들어야 하니, 맨바닥, 혹은 공구리 바닥에 먼지 문질러 가며 그런 일을 하더라.
그에 더해 요새는 기본이 취재 기자가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시대라, 이거 찍어 발행하고 하다 보면 날샌다.
첨단 장비?
그래 현장 녹음 요새는 폰으로 가능하고 그걸 바로바로 문장으로 풀어주기도 하더라만 그만큼 편리해진다는 게 그만큼 정신사나워진다는 역설과 동의어다.
ppt가 불러온 여파 생각해 봐라!
요샌 발표문 쓰기보다 ppt 만들다 날샌다.
속보성과 정확성은 TV 중계 지켜보며 쓰는 기자가 제일이다.
왜? 느긋하니 현장 분위기 휩쓸리지 않고 비교적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나가면 현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현장을 둘러싼 다른 곳 움직임?
그걸 현장 기자가 어찌 안단 말인가?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정확했으면 좋겠다고?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마감시간이 사라진 시대에 기사의 생명은 속보성이다.
속보에서 뒤지면 암짝에도 소용없다.
이미 이쪽저쪽 언론에서 다 떠든 걸 나는 한가롭게 그 현장 벗어나서 인근 카페 들어가서 아이스커피 한잔 때리며 기사를 쓴다?
모르면 찍소리 말고 가만이나 있어야 한다.
뭣도 모르면서 지들이 무슨 기자를 다 아는양 나불락대는 놈 천지라, 그런 기자를 기레기로 비난하는 놈 중에 절반은 의외로 기레기 출신이다.
이 놈들 현직 기자 생활 어땠는지 보면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거개는 기사 하나 제대로 못 쓰는 놈, 제 시간에 격식 갖춘 기사 하나 써 보지 못한 곰바우다.
대개 연합 같은 데서 제공하는 서비스 적당히 우라까이해서 기자입네 하고 나댄 놈들이라는 뜻이다.
현장에서 현장감 있는 기사를 쓴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무슨 제대로 된 기사를 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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