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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폭군의 셰프, 고추, 그리고 제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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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폭군의 쉐프라는 드라마는 하도 여기저기 홍보용 짤 영상이 자주 보이는 데다, 마침 지인이 볼 만한 드라마다 추천하기에 얼마 전부터 틈나는 대로 넷플릭스를 통해 보기 시작했거니와 

첫째 저 주연 여식 임윤아 말이다. 저 친구는 1990년생, 올해 만 서른다섯이나 된 중년이라는데, 볼 때마다 어찌 저리 깜찍발랄하며, 무엇보다 어찌하여 대두족大頭族 단군 후예로서는 머리가 저리 조막디만할 수가 있는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지 못하겠거니와 

저 드라마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섣불른 예단에 의하면 이른바 푸드 드라마임은 분명한데 그 시대 설정이 아주 묘해서 조선시대 연산군 시대를 설정하고선,

현대의 주로 서양 음식을 주된 전공으로 삼는 쉐프가 어찌하여 타임슬립해서 뚝 500년을 거슬러 저 시대로 가서 어찌어찌하여 저 왕실 요리칸 대빵이 되어 겪는 일들을 그리거니와 

그래 다 좋다. 예서 그 잘잘못을 따지겠는가?

근자 방영분을 보니 고추 이야기가 나오는지라, 이런저런 요리하다 저 임윤아가 고추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참 이때는 고추가 없지 하는 장면이 보이거니와

그 장면을 무심히 보면서 그래 나름 작가가 이른바 고증은 하려 했다는 인상을 받거니와,

문제는 우리가 아는 이 고추가 임진왜란 무렵 일본을 통해 남만초南蠻椒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수입되어 퍼졌음을 이미 그 시대를 살다간 이수광이 지봉유설에서 증언 채록했으니 그런갑다 할 테고 

그런 까닭에 연산군 시대라면 재위가 1494~1506년이라, 실제 고추가 들어온 시대보다는 대략 1세기가량 빨라 우리가 아는 이 고추가 있기는 힘든 시대다. 
 

 

다만 드라마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궁궐 어딘가에서 이 고추를 시험재배, 곧 약물로 재배하는 장면을 목도하거니와, 연산군 입을 빌려 이르기를 남만에서 들어온 것인데 약초로나 쓰고 있다 했으니,

이 고추가 아마 다음차에서 다루게 될 명나라 사신단을 수행한 사천성 쉐프들과 저 이쁘디이쁜 임윤아의 경연 대결 주요한 소재가 될 듯하다. 

이 고추 문제는 심각한데, 지금 고추가 저 무렵 들어온 외래종임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전래 이전 재래종 고추가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는 데 심각성이 더한다. 

이 문제를 두고 중국이며 인도며 하는 데서 박터지는 싸움을 하는 중이라 알거니와 우리가 주시할 것은 고추 도입 이전 매운맛을 내는 재료는 따로 있었다는 데 있다. 

당장 저것이 도입될 당시 이름만 해도 남만초南蠻椒라 일컬었다는 그 대목에서 다름 아닌 우리는 재래종 고추를 식별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제피다.

저 남만초는 글자 그대로는 남쪽 오랑캐에서 온 제피 혹은 산초라는 뜻이다.

이 초椒라는 글자는 크게 대별하면 산초와 재피 두 가지다.

추어탕에 빠지지 않는 산초야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재피는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식재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감미료라,

지금도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한 그루 정도는 심어 기르는데 김천 우리 집에도 나무 하나가 있어 엄마가 주로 생선을 조림할 때 저 이파리를 조금씩 따 넣는다. 
 

이게 제피다. 골로 간다.

 
산초는 명확하게 그 식재료 역사가 고고학적 유물로 남았으니, 다름 아닌 경주 천마총에서 저 산초가 그득그득 한 다발이 나왔으니, 그에 대해서는 내가 정식으로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산초를 요리에 썼으면 당연히 그 사촌 제피 또한 섰음은 말할 나위가 없으니, 저 제피 말이다. 그 매운 맛은 청양고추 저리가라다.

사천성을 대표하는 훠궈 그 매운 맛을 내는 핵심 중의 핵심이 바로 제피다. 

저 남만초라는 말 하나로도 고추 이전 고추를 우리는 유추한다. 

고추, 혹은 청양고추가 없었다 해서 우리가 매운 맛을 몰랐는가?

천만에. 

이제 조금 있음 야산에 제피와 산초가 열매를 트기 시작한다.

딴 건 몰라도 그 붉은 껍질이 머금은 제피 알맹이 하나만 입에 넣어 깨물어봐라!

매운 맛이 무엇인지 절감을 할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저 임윤아가 대결하는 명나라 사신단 수행 요리단이 사천 출신이라 그렸는데, 고추로 나대서는 승산이 없는데?

왜?

사천 요리 핵심이 바로 제피인 까닭이다. 
 
산초로 드러난 천마총 출토 곡립穀粒

산초로 드러난 천마총 출토 곡립穀粒

신동훈 교수께서 요새 시루 타령이 한창이시라, 그러면서 한국음식문화사 관련 섭렵에 열혈이시라, 그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내 글 중 하나로 경주 천마총 산초를 새삼 거론하고자 한다. 문제의

historylibrary.net

 
한편 고추 유래 논쟁은 아래 기사에서 일단을 엿본다.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940

“고추 너 어디서 왔니”…일본 유래설 뒤집히나 - 식품음료신문

우리 음식의 필수 양념인 고추는 그동안 임진왜란 당시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주장이 정설이었는데, 이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추가 사실은 우리나라

www.thinkfood.co.kr

 
이 기사를 통독하면 요컨대 椒라는 한자 해석의 문제인데, 아무래도 식물학 하시는 분 일부에서 이에 대한 착란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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