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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K-콘텐츠 유례 없는 성공은 한국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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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를 기준으로 대략 20년째 세계 가요시장을 강타하는 이른바 K-pop은 원류는 어디인가? 내가 이쪽 분야 문외한이라 이런 소리를 한다면 모를까 그 직접 전통이 판소리겠는가? 사설시조겠는가? 가곡이겠는가? 가깝게는 남진 나훈아가 대표하는 뽕짝이며, 그 뽕짝은 일본 가요 엔카를 직접 조상으로 삼으니, 엔카 아니겠는가?

다만, 작금 K-pop이 엔카 혹은 뽕짝이 직접 뿌리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무시 못할 반발이 있을 것임은 분명한 이상, 그래 뽕짝 혹은 엔카를 제끼고 보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빌보드를 앞세운 미국, 오피셜 차트를 내세운 영국 대중가요가 그 직접 조상이다. 지난 20년간 K-pop 시장을 명멸한 많은 가수가 마이클 잭슨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비틀즈에 닿는다.

한데 이러고 보면 골치 아픈 문제에 봉착한다. 한류는 한국문화라 했는데 어랏? 가만 보니 한국문화가 아니네? 미국문화 영국문화네? 아류인가? BTS 이전 가요계를 점령한 서태지를 보건대, 이 친구들이 들고 나온 것 역시 미국 흑인문화에서 비롯하는 랩이었다. 어랏? 이것도 한국문화가 아니네? 그렇다고 역으로 서태지 음악이, BTS 음악이 K-pop이 아니며 한국문화 (일부)가 아니라고 할 사람 있겠는가? 그것은 분명 한국문화이며, 그래서 우리는 서슴지 않고 그것을 한류韓流, 다시 말해 한국에서 유래하는 문화현상이라 간주한다.

그렇다면 작금 한류 총아처럼 간주하는 K-pop은 과연 어찌 규정해야 하는가? 한국 가수 혹은 그룹? 한국어 가사가 위주인 노래? 한국적인 정서? 그 어느 것도 부족하다. 그 노래가 판소리는 고사하고 하다못해 뽕짝에서 직접 유래했다고 하면야, 적어도 기원론이라는 관점에서 과감히 한국문화 일부라 하겠지만, 그건 엄연히 외래문화에서 비롯한다.



한국어 가사 위주? 그 유명한 BTS도 단 한 번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못 먹다가, 처음으로 1위를 먹은 노래가 전부 영어 가사다. 한글은 단 한 마디도 없다는 역설을 K-pop은 어찌 설명할 것인가? 또 그 직전 Psy 역시 세계를 강타한 강남 스타일이 그 문턱 직전에서 번번이 좌절했으니, 그 원인으로 많은 이가 지적했듯이 한국어 가사 기반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하자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다고 K-pop? 그네들 노래 그 어디에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하다는 말인가?

우리가 말하는 한국적인 정서는 한국인에게만 특수하게, 그리고 유별나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청춘의 고민을 솔직 담백하게 토로하는 BTS 노래 그 어디가 그것이 한국적이란 말인가? 따라서 한국적인 정서 운운하는 말이 K-pop의 절대 준거는 아님을 새삼 확인한다.

한국 가수이기에 K-pop? 어랏? 요새는 아예 외국인으로 국내에 들어와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이도 있고, 비록 혈통이 한국계라고는 하지만, 순전히 미국 국적이며 실제 미국인인 알렉사며 제시며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하는 노래가 K-pop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K-pop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여간 혼란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에 더해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일본에서 론칭한 일본 보이그름 &TEAM이며 JYP가 론칭한 일본 걸그룹 NiziU니 해서 아예 K-pop 업계 자이언트 에이전시들이 잇따라 선보이는 로컬 가수들도 있다. 이들은 K-pop인가 아닌가? 당연히 그들 역시 K-pop이다.

이런 사례, 혹은 반론들은 한류의 절대 존재 기반이 ‘고유’ 혹은 ‘자생’이 아님을 웅변한다. 간단히 말해 K-pop이 한국문화라는 키워드를 절대 기반으로 삼기는 하지만, 그 한국문화가 뿌리박는 곳은 ‘고유’ 혹은 ‘자생’이 아니다.

K-pop에서 보았듯이 그것이 비록 역사는 아주 일천하며, 또한 그 유래가 고유 혹은 자생이 아닌 수입산이라 해서 K-pop이 아닌 것이 아니듯이, 그것이 일부로 포함된 한류 역시 그 절대 존재기반이 ‘고유’ 혹은 ‘자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국경 혹은 인종, 혹은 민족정서를 토대로 삼는 내셔널리즘을 폐기하고 제국주의를 소환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21세기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저들을 초월하는 제국주의다. 그래 제국주의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썩 거슬린다면, 썩 듣기도 좋은 문화다원주의라는 말로 치환하자. 다만 이 (문화)다원주의는 각각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개별 문화들 cultures가 존재함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내가 말하는 그 개별 문화간 국경 혹은 경계선까지 허문 내가 생각하는 개념과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는 점을 적기해 둔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믿음, 신토불이라는 구호는 폐기해야 한다. K-pop이 필두하는 K-콘텐츠가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힘은 그것이 한국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자산이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뽑아 들인 제국주의야말로 성공으로 견인한 힘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짬뽕이다. 토르를 앞세운 북유럽신화까지 끌어들인 그 제국주의가 유례없는 어벤져스 시리즈 성공을 견인했다. 잘 나가는 BTS가 더욱 잘 나간 힘 중 하나가 팝 본고장이라는 미국이나 영국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였다. 이런 콜라보는 K-pop인가 아닌가? 당연히 K-pop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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