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한설 몰아치는 그제 BTS 일곱 멤버 중 가장 오래 이 세상 구경을 한 Jin(본명 김석진)이 까까머리 상태로 전방 훈련소에 입소해 18개월 군복무를 시작했다. 들리는 말로는 세상을 지배하는 이 절대군주도 2025년이 되어서야 이른바 완전체로 재결합한다고 한다. 재결합 이후 그네들 어떤 위상을 지닐지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꼭 ‘군백기’가 아니라 해도 BTS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는 법이다. 諸行無常, 그 진리 앞에 BTS만 예외일 수는 없다. 작금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이내 잊히고 만다. 송강호도, 더벅버리 봉준호도 그 제국이 영원할 순 없다.
그런 점에서 같은 한류 부문이라 해도 Heritage는 여타 다른 카테고리에 묶인 다른 부문들과는 유별난 차별성이 있다. 앞서 나는 한국문화에 기반하는 한류가 꼭 고유나 자생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Heritage는 조금 달라서, 그 역시 꼭 자생이 아닐지는 몰라도 그것이 이 땅에 착근한 내력은 적어도 100년을 지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갈 길을 달리한다.
물론 이 경우 Heritage는 앞서 내가 말한 개념 중에서도 광의가 아니라 협의다. 더 구체로는 역사와 문화, 혹은 그 둘을 뭉뚱거린 전통을 말한다. K-pop이 대표하는 신생 한류가 일시적이며, 순간하는 현상인데 견주어 이 Heritage는 연원이 그만큼 깊다.
그렇다고 그것이 이 땅에 등장한 이래 죽죽 이 땅을 사는 사람들과 줄곧 같이한 것은 아니며, 기나긴 단절을 거쳐 최근에 되살아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아니한 것도 물론 있다. 그 어떤 경우건 이 Heritage야말로 긴 생명력만큼 여타 한류들 Hallyus이 사라진다 해도, 그보다는 훨씬 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도 좋다.
덧붙여 이 Heritage는 그 긴 생명력만큼 익숙이기에 신생하는 다른 한류들에 견주어 그것을 당장 이기거나 그 우위에 설 길 수는 없다. 그만큼 덜 화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연원을 보면 물경 2천 년에 달하는 추석이 이제 겨우 이 땅에 착근한 역사라 해 봐야 20년? 혹은 그보다 짧은 할로윈데이를 이길 수는 없다.
추석 혹은 설날, 그리고 그보다 역사는 짧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가 제아무리 세계인의 축제라한들 이른바 MZ세대 혹은 그 아랫세대에 주로 해당하겠지만, 그것이 어찌 할로윈데이만하겠는가?
근자 이태원발 그 참사를 나는 문화현상으로서는 기존 명절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확인한 순간으로 본다. 졌다. 2천 살 추석도 맥없이 할로윈 호박한테 주저앉고 말았다.
이 할로윈데이는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니, 그것이 어찌 꼭 서양귀신, 혹은 그에서 유래하는 타락한 서구문화라고만 탓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할로윈데이, 이태원의 할로윈축제는 이제 당당히 한국문화가 되어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한류라는 관점에서 보면, 특히 그 범주를 Heritage로 국한해도, 그것은 당당한 이 시대 대한민국의 무형문화재다.
내가 Heritage야말로 한류의 기반이요 첨병이라 하는 까닭은 다른 한류들이 다 사라져도 이것만은 살아남을 것으로 확신하는 까닭이다. 나아가 그것이 비록 BTS에 견주어 빛나진 않을지라도, 그 멤버 슈가가 꼭 소환하는 대취타가 아니라 해도, 그것은 언제까지나 다른 한류들을 받침하는 뿌리요 영감의 원천이라고 본다.
묻거니와 한국의 역사문화 그 자체를 능가하는 한류 상품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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