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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과거의 오늘, 편의의 주기周期가 들추는 生의 이력

by taeshik.kim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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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오늘 뇌까렸다고 페이스북이 알려준 한 장면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람이며 하는 SNS가 몰고온 풍조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반추라, 페이스북의 경우 그것이 제공하는 기능 중에 '과거의 오늘' 혹은 'memories'라는 기능이 있어 나 역시 그러하고, 저에 입문한 다른 사람들한테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새 날이 열리면서 저기를 월하의 공동묘지 찾는 강시처럼 클릭하곤 하니

저 기능을 누가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기똥찬 상품임에는 틀림없어 사람한테는 돌아보기가 본능임을 절묘하게 포착한 까닭 아니겠는가?

과거는 들추어서 무얼하겠냐마는, 또 그것이 분절하며 제공하는 시점이 꼭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그 주기에 맞추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저 기능을 이용하면 1년 전, 혹은 2년전 혹은 내가 저에 입문하고 나서 긁적거린 흔적 중에서도 그 전해들의 오늘에 긁적인 글들은 모조리 들추어내니 이르건대 sns는 그것을 이용하는 자의 실록이요 일기가 되겠다.

조선시대 일기들을 보면 희한한 공통이 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몰아쓰기가 대단히 많다는 사실이 그것이라, 이건 우리네 세대, 혹은 지금의 내 아들 세대가 겪는 고통이기도 했으니, 일기는 매일매일 그날 밤에 쓰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만 이걸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더구나 쓰기 싫어하는 사람 천지니, 그에 더해 왜 선생들은 남의 일기장을 검사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그 고통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몰아쓰기라, 일기 검사를 앞둔 개학 직전 몰아쓰기를 하곤 했으니, 그에서 가장 큰 고통은 실은 날씨였으니, 해당 일기를 몰아쓰는 그날그날 날씨가 어떠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선산 도리사인데, 저런 글을 6년 전 오늘 썼다 해서 내가 그날 도리사에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인가 긁적거리며 우연히 도리사가 생각났을 수도 있다.


나중에야 알았다. 선생이 그 많은 학생 일기를 대체 어찌 검사하겠으며, 더구나 해당 날짜 날씨가 어떠했는지를 지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안단 말인가?

그냥 아무렇게나 뇌까려도 아무 상관 없던 시절이었으니, 예컨대 태풍이 온 날도 햇볕이 짱짱했다고 쓴다 한들 아무 일이 없었으니, 그럼에도 그런 걸 모른 그때는 그 일이 왜 그리 고통이었는지 모르겠다.

조선시대에도 일기를 검사하는 전통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그걸 훈장이나 선생이 검사했다는 흔적은 없으니, 순전히 일기를 쓰느냐마느냐는 지 선택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내가 오늘부터 일기를 쓰리라 작심하면 희한하게도 이런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일기를 쓰지 아니한 그 이전 자신의 일생까지도 몰아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거니와 왜 이랬을까?

나는 그것이 연보 전통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연보란 무엇인가? 그것을 개인한테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연보요 주요 족적이 되겠거니와, 그리하여 그런 일기를 보면 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아니하는 그가 태어난 그날을 적는 일도 있다.

내가 sns에 입문하기는 대략 2010년 어간 아닌가 하는데, 초창기 몇년은 개끌리듯 끌려들어온 여파도 있겠지만, 가뭄에 콩나듯 무엇인가를 긁적이다가 그것을 체화하고부터는 마구잡이로 쏟아냈으니,

그리하여 이 일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어, 내가 2015년 지금의 공장에서 해고되었을 적에는 그 5대 해고 사유 중 첫 번째가 업무시간 중 sns 활동이었으니, 그네들이 그 주요한 근거로 댄 것이 내가 기간 페이스북에 싸지른 글들이었다.

(혹 그래서 이 부문 결판이 어찌 났는지 궁금하신 분이 없지는 않으리라 보고, 말하건대, 그네들이 업무시간 사적인 내 sns 활동이라 해서 제출한 내역을 보니 하루 2건 꼴도 되지 아니해서 지들 스스로 머쓱해지고 말았다.)

저땐 염색을 했나 보다. 책 내고선 홍보하러 다닐 때다.


이건 성별로는 중년 남자들한테서 노골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다 그렇다고는 하긴 힘들겠지만, 나 역시 나는 생일에 의미를 두지 않으니, 집안에서 생일이라 해서 간단한 기념 식사를 하곤 하지만, 나는 그조차 귀찮기 짝이 없고, 그 생일이 달력이 주는 임시방편의 순환이 크로싱하는 시점일 뿐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비단 생일 뿐이겠는가? 주기周期를 발판으로 삼는 모든 기념일은 전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 예외가 있기는 하다. 선친 제사라, 다른 건 몰라도 이날만큼은 챙기는 편이다.

무슨 다른 얘기를 하려고 저 얘기를 꺼냈는데, 중간에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바람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까먹고 말았다. 이젠 이런 일이 익숙한 나이다.

8년 전 불알. 그렇다 해서 8년 전 저 무렵에 내가 강소성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 방문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이다. 여담이나 저런 불알 사진 올렸다고 기자 품위를 손상했다고 내 해고 사유를 들기도 했다. 한데 희한하게도 법원이 유일하게 그렇다고 인정한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하도 해고 사유가 같잖아서 저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았더니 그랬다. 해고 소송하는 사람들은 참고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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