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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흔하면 버리는 법, 더는 쳐다도 안보는 검은댕기해오라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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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댕기해오라기 by 유형재, 연합뉴스

 
강희안姜希顔(1417~1465)인지 강희맹인지, 어떻든 조선전기 어느 글에서 본 기억이 있어, 이르기를 서울(혹은 근기) 출신인 저자는 대나무를 귀히 여기곤 했으니,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대나무가 중부 지방에 자생하지 않는 시절이라, 분재 수준으로 금지옥엽 키우며 개폼 선비 흉내를 낸 모양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아마도 공무 출장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남쪽을 가게 된 모양이라, 가서 보니 남쪽은 대나무밭 천지라, 그러면서 이르기를 

"더는 대나무를 귀히 여기지 않게 되었노라"

했더랬다. 

나한테는 저 검은댕기해오라기라는 새가 그랬다. 

저 새 생김새는 오동통하기는 하지만 어리숙하게 보여서 주로 냇가 돌팍에서 졸고 있거나, 가끔 물고기 사냥하는 모습으로 포착되곤 하는데, 천상 그 모습이 김삿갓이라 

아주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흔한 새도 아니어서 구경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검은댕기해오라기 by 유형재, 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청계천 본류에서는 만나기 힘들고, 그 샛강에 드물게 나타나는데, 가끔 저런 식으로 물고기 낚어채서 동댕이 쳐서 기절시키고선 꿀꺽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저 새를 촬영한다고 무던히도 찾아다니기도 했고, 요행스럽게 발견하고선 장기간 촬영 쟁투를 벌이기도 했더랬다. 

저 귀하게만 보이던 검은댕기해오라기. 

새에 관심 없을 방문 때는 눈여겨 보지 않았으나, 그런 시절을 지난 다음 대만을 갔을 때다. 

타이페이 어느 박물관 주변 공원을 얼쩡거리는데, 세상에 나, 저 검은댕기해오라기 한 마리가 공원을 유유히 산책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사람과 친숙해졌다 해도, 가까이 가면 도망가버리지만, 이 타이페이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비둘기 수준이라, 가까이가도 도망도 아니갔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생겼다. 

그것이 날아간 다음 허탈해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공원을 어슬렁거리는데, 큰 연못 하나가 있고 그 주변 미류나무류가 으레 그렇듯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으니 세상에 나! 

그 가지가지마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우리네 전깃줄 까마귀 걸린 만큼 군집을 이루지 아니한가? 

많았다! 얼마나?

졸라 많았다. 

저 놈들은 더구나 도망도 아니가서 가까이 가서 요모조모 촬영까지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많을 줄 몰랐다. 

이후 귀국하고선 저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마주쳐도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흔하게 된 검은댕기해오라기를 내가 더는 미련을 둘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버렸다.

흔하면 버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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