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에 도륙된 조국 수단의 문화유산 구호에 몸을 던진 여성 고고학도

전쟁으로 수단의 문화적 과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 고고학자가 수단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단 국립박물관 소속 고고학자 샤디아 압드라보Shadia Abdrabo 박사가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INHA)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AP Photo/Michel Euler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 한 구석에 있는 어둑한 사무실에서, 수단의 고고학자 샤디아 압드라보Shadia Abdrabo는 기원전 7,000년경 자국에서 제작된 도기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그녀는 신석기 시대 유물에 대한 설명을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에 꼼꼼하게 입력하고 있다. 

신속지원군 Rapid Support Forces (RSF)과 수단군Sudanese Armed Forces (SAF)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 수단 국립고고유물박물관공사National Corporation for Antiquities and Museums (NCAM) 큐레이터는 프랑스에서 1년간 연구 보조금을 받아 아프리카 국가의 고고학 유적지, 박물관 소장품, 역사 기록 보관소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수단 내전이 발발한 직후인 2023년 4월, 박물관들이 약탈당하고 파괴되었다. 정확히 무엇이 사라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압드라보는 자신의 임무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며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압드라보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장품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미 박물관 두 곳을 잃었고,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엘 제네이나El Geneina와 니알라Nyala에 있는 두 지역 박물관이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고, 하르툼Khartoum의 국립 박물관(전쟁 전 약 10만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었음)은 민병대에 약탈당했으며, 민병대는 창고 안에 있는 병사들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하기도 했다.

국립 박물관에는 쿠시 왕조Kushite kings가 이 지역을 통치한 케르마 왕국Kerma Kingdom과 나파탄 시대Napatan era, 그리고 수단의 피라미드를 건설한 메로에 문명Meroitic civilization 유물을 포함하여 선사 시대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다른 갤러리에는 후기 기독교 및 이슬람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귀중한 유물 중에는 기원전 2,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라가 있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물 중 일부이며, 쿠시 왕조 보물도 포함되어 있다.

수단 국립박물관 고고학자 샤디아 압드라보 박사가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INHA)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AP Photo/Michel Euler

'모든 기록 보관소가 사라졌다'

유네스코는 약탈 사건에 대한 보고에 대해 "문화에 대한 위협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시잖아요? 물건만 잃은 게 아니에요. 연구 자료도, 학습 자료도, 많은 것을 잃었어요." 압드라보는 말했다.

지난달, RSF가 북다르푸르North Darfur의 수도 엘 파셰르El Fasher를 점령하면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압드라보에게 이 사건은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다.

"저는 북쪽 누비아Nubia 출신이에요. 고고학 유적과 고대 생활상이 가득한 지역이죠" 그녀는 말했다. 이 지역은 고대 이집트에 필적할 만한 권력과 부를 누렸던 세계 최초의 왕국들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었다.

그녀는 전쟁이 시작되었을 당시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국립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곧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삶이 정말 힘들어지기 시작했어요. 폭격뿐 아니라 전기도, 물도 없었죠."

그녀는 세 자매와 함께 북쪽으로 피난을 떠났다. 처음에는 아트바라Atbara로, 그다음에는 아브리Abri로, 그리고 결국 포트수단Port Sudan으로.

그 동안 압드라보와 NCAM 동료들은 수단의 11개 박물관과 유적(일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를 보호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며 유물들을 안전한 방과 비밀 장소로 옮겼다.

하지만 수단의 문화유산 옹호자인 알리 누르Ali Nour는 수단의 예술품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너무 더디다고 말했다.

"신청서가 작성되는 동안 유적지는 비워지고 있었고, 위험 평가가 검토되는 동안 기록 보관소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누르는 영국에 본사를 둔 국제 역사예술품 보존 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Conservation of Historic and Artistic Works(IIFH)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긴급 복구 노력

유네스코는 목록 작성을 실시하고, 경찰과 세관 직원들에게 도난 유물을 식별하도록 교육했으며, 수집가들에게 "수단에서 문화유산을 취득하거나 수입, 수출 또는 소유권 이전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연구원 메리암 아마리르Meryam Amarir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이후 발생한 유사한 문화적 비상사태와는 달리, "수단은 문화유산의 훼손과 약탈을 비난하는 강력한 언론 보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가시성 부족으로 국제적인 대응이 약화했다."

미시간 대학 켈시Kelsey 고고학 박물관 제프 엠버링Geoff Emberling에 따르면, 고대 수단은 무역과 군사 활동을 통해 이집트, 지중해 세계, 메소포타미아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많은 금의 원산지였다고 한다.

"우리가 이 고대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수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최근 설립된 수단 문화 긴급 복구 기금Sudan Cultural Emergency Recovery Fund에 참여하는 엠버링은 이렇게 말했다.

NCAM 요청에 따라 구성된 이 태스크포스는 수단 문화 유산의 긴급 복구 노력을 위해 기관, 학자, 기부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엠버링은 AP 통신에 "샤디아 압드라보가 하는 일은 시급히 필요한 일이다. 무엇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약 15명 수단인으로 구성된 팀이 하르툼 박물관에서 손상된 부분을 청소하고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곧 남아 있는 것들을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요"

압드라보는 2026년 4월까지 데이터 수집 및 플랫폼 구축을 완료할 자금을 확보했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작업은 매우 힘들다. 어떤 데이터 세트는 스프레드시트 형태로, 어떤 데이터 세트는 수십 년 전에 찍은 사진이나 수기 목록 형태로 제공된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박물관 등의 동료들이 지원을 해주지만 그녀는 대부분 혼자 작업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작업량이 너무 많습니다. 전체 작업 약 20% 정도만 완료했다. 국립 박물관만 해도 지금까지 1,080점 유물을 등록했는데… 다른 박물관, 유적, 기록 보관소도 정리해야 하고… 사진, 신분증 번호, 좌표도 추가해야 합니다…"

파리에 겨울이 찾아오면서 수단의 위기가 압드라보를 사로잡았다.

"우리는 약탈당한 유물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납니다. 제 유일한 목표이자 메시지는 가능한 한 많은 유물을 되찾고 수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전쟁 자체뿐만 아니라 전쟁의 여파가 국가의 유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병대, 피난민… 안전하지 않은 곳에 예술 작품을 두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덧붙였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