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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celadon monkey-shaped water dropper, 원숭이가 붓는 붓물

by taeshik.kim 2019.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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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좀 묘하다. 한글로 푼다 해서 풀었는데도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이라 하는데, 우선 끊어읽기도 쉽지 않다. 

청자 / 모자 / 원숭이 형 / 연적이다. 

청자는 이 기물器物 재료 혹은 종류를 말하거니와, 백자 청자 등으로 나뉘는 도자기 중에서도 청자라는 뜻이다. 모자란 母子라, 글자 그대로 어미와 아들 혹은 새끼다. 子가 성별로는 아들이나, 그냥 새끼 전반을 의미하기도 하거니와 이 경우는 후자로 보는 편이 좋다. 왜? 이 새끼 성별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자는 누구인가? 원숭이다. 그래서 그 모양이 원숭이 어미와 새끼를 형상화했다 해서 원숭이형이라 한다. 

연적이란 무엇인가? 이를 영어로는 흔히 water dropper이라 하니, 물방울을 톡톡 떨어뜨리는 기구다. 붓글씨를 쓸 때는 먹물이 있어야 하니, 이 먹을 가는 데는 물이 필요하고, 이 물을 대는 도구가 바로 연적이다. 


이 청자 연적을 영어로는 이전에는 celadon monkey-shaped water dropper라 했는데, 이번에는 보니 약간 변동이 있어 Celadon Water Dropper in the Shape of Mother Monkey with Baby라 했다. 전자에 견주어 후자가 그대로 풀어쓴 느낌이 있어, 그것이 좀 더 실상을 가찹게 묘사한 느낌을 주지만, 번다繁多하다. 

아무튼 이전 영문 표제 설명과 개괄은 다음과 같다. 
 
celadon monkey-shaped water dropper 
goryeo dynasty, 12th century, housed at the gansong museum, national treasure No. 270

한자로는 청자모자원형연적(靑磁母子猿形硯滴)이라 하는데 굉장한 인내를 요구한다.

이번 특별전 명패와 간개簡介는 다음과 같다. 
 
Celadon Water Dropper in the Shape of Mother Monkey with Baby
12세기 중기, 높이 9.9㎝, 국보 제270호
Mid 12th Century. Height 9.9cm, National Treasure No. 270




이 연적에 대한 설명문은 다음과 같다.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연적이다. 쪼그리고 앉아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은 어미 원숭이와 왼팔을 뻗어 어미의 가슴을 밀며 오른손으로는 어미의 얼굴을 매만지는 새끼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애틋한 모자母子)의 정을 느끼게 한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길렀고, 원숭이가 지니는 길상적인 의미를 감안하면 문인 귀족들의 책상에 놓여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길렀다? 글쎄, 그랬던가? 무엇을 근거로 한 기술인지 모르겠다. 그와 더불어 원숭이가 지닌 길상적인 의미? 이것도 근거가 무엇인지 언뜻 와 닿지 않는다. 원숭이가 당시唐詩에 적지 않은 소재로 등장하거니와, 그런 흐름과 궤를 같이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저에 대한 영문 설명은 아래와 같아 

Monkeys were regarded as an auspicious animal and raised as pets in Goryeo high society. Thus this exquisite water dropper reflects the contemporary lifestyle of the Goryeo elite and their aesthetic sensibilities. This piece shows a mother monkey tenderly embracing her baby, which extends its left  arm on the mother' s chest and reaches out with the right hand to the mother's cheek. This mother monkey with her baby also suggests an auspicious omen. Nevertheless it is a masterpiece of the period.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문화재 안내판은 디스크립티브라, 눈에 보이는 형상 묘사 혹은 전달에 치중하거니와, 이 설명문 또한 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마나 한 설명, 누구나 쳐다보아 아는 설명을 너무 많이 한다. 



이 청자는 연적이어니와,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 정수리에 뻥뚫린 구멍이다. 

저기로 물을 따라서 먹을 갈았다. 


이로써 가는 물이 얼마되지는 않는다. 몇 글자 쓰겠는가? 순전히 똥폼 내기 위한 연적이다. 

나는 이 연적이 실생활에서 실용성은 없다고 본다. 


미술사학도들이 이를 완상품으로 보지만, 

말할 것도 없이 명기明器다. 

죽은 사람을 위해 특별 제작한 기물, 명기다. 

그래서 저리 작다. 


미술에 정신팔리면 정작 에센스가 보이지 않는다. 볼짝없이 이건 명기다. 명기가 에센스지 청자가 에센스가 아니다.

고고미술사는 실은 사상사다. 사상사 없는 고고미술 아무리 해봐야 사상누각이다.

굽다리 쳐다보면서 제작시기가 언제이니 따지는 일이 학문은 아니다. 


내가 보는 한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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