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스름 새벽 산뽀하는데 도로변 마주치는 녀석이라, 올 봄만 해도 가지가 하늘로 솟아 무성했지만 전지를 한 듯 저 모습으로 둔갑했다.
저 녀석은 오돌개가 특히 맛이 난 기억이 있다.
양잠 혹은 누에라는 절대 존재 기반을 읽은 뽕은 다른 용도로 살아남거나 베임을 당해야 한다.
실제 그렇게 해서 무수한 뽕나무가 사라져갔다. 쓰임이 없다 해서다.

간혹 살아남은 경우가 있으니, 누에에 기대었다가 오돌개(이를 이른바 오디라 한다나?) 하나로 연명하기도 한다.
듣자리 오디가 익어갈 무렵, 관광상품화해서 참가비 얼마를 내면 참가자들이 오돌개를 따가는 시스템이라던가?
저 오디는 오동과는 다르다.
오동은 내 보건대 식물류, 특히 나무목 중에서는 번식력이 짱이라, 가만 두면 천지사방 한반도는 오동 천지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 오늘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식물로 나는 저 오동과 칡을 꼽거니와
저 뽕은 요상하게도 철저히 재배화domestification이라 이 말은 사람이 보살피지 아니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맥락과 같다.

그 대표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 또한 야생이 없다.
물론 뽕은 산뽕나무라 해서 가끔 산에서 야생하는 뽕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집뽕이 떨어지면 어린 시절 양잠철에는 그 산뽕을 찾아 온 산을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뽕나무는 근간이 인간 친화적이라, 인간과 더불어 같이 살아간다.
번식력 또한 어이한 셈인지, 뽕나무 아래서 뽕나무가 새로 자라는 모습을 나는 본 적 없다.
그러고 보면 뽕은 씨앗으로 발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번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모르겠다.
저 뽕나무로써 나한테 놀라움을 준 데가 그리스다.
같은 지중해권이라 해도 이탈리아도 그렇지 않았고, 스페인도 그렇지 않았다고 기억하는데 유독 그리스에서만큼은(아마 터키도 그리스랑 비슷하지 않았나 하는데 이건 그때는 눈여겨 보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다) 온통 가로수로 전환한 게 아닌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밑에서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온 국토가 뽕나무 천지라, 아마 식생대 차이이기는 하겠으나, 11월 그리도 12월까지도 이파리가 시퍼랬다.
그런 뽕나무라면 지중해 그 지독한 더위를 한풀 꺾이게 하는 그늘을 주는 데는 안성마춤이라, 뽕나무가 주는 그늘은 그리 넓었고, 또 무엇보다 이파리가 무성한 까닭에 직사광선을 피하는 바위그늘 같은 아늑함을 주었다.
처음에는 아 이곳에 양잠이 발달해서 그런갑다 했지만, 살필수록 시작은 혹 그리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철저히 가로수 그늘 제공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12월까지 무성한 이파리를 보고선 이곳 뽕나무들은 과연 언제 새 잎을 틔우는가 싶기도 하지만 저들이라고 이파리가 떨어지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쉽게도 그 장면은 내가 목도하지 못했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그쪽에서도 뽕나무는 철저히 인간 손길을 탄다는 것이었고, 야산을 둘러봐도 야생 뽕이라 할 만한 군락은 보지 못한 기억이 있으나, 이건 내가 장기간 관찰한 것이 아니므로 그런갑다 해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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