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오늘이라 해서 일기장 겸한 내 sns 계정에 오른 한 장면이라
직전 나는 31년을 몸담은 연합뉴스와 그 기자직을 박차고
이른바 말만 번지르한 자발 백수 볼런태리 백수가 되었다.
그해 10월 17일자로 저와 같이 되었으니 그만두기로 하면서 바람이나 쐬고와야겠다 해서
집사람도 그런 내가 보기 차마 안됐는지 흔쾌히 오케이하면서 딱 한달하루짜리 로마살기를 시작한 날이 오늘이다.
로마 도착 여장을 풀고 첫날밤을 보내고선 새벽에 걸어서 콜로세움을 돌았더랬으니 그 장면이다.
당시는 지금과는 또 달라서 한달을 로마에 에어비앤비로 아파트 하나를 얻어 그걸 기점으로 천방지축 돌아다녔으니
멀리는 가지 못하고 파리가서 며칠을 지인집에 붙어살기도 했고 몰타가 그리 좋다기에 그에도 다녀오곤 했다.
그 아파트 생활이 종종 그리운 걸 보면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고 본다.
그때 이미 나는 매년 한 번은 이런 식으로 해외를 경험하자 했고 아테네 그리스는 그때 이미 차기 행선지로 결정한 것이다.
한데 사람 마음 좀 간교해서 한달이 금방 가더라.
이번에 좀 무리해서 석달이나 지른 까닭이 그 때문이다.
이제 여기 온지도 이레가 지나면 한 달이다.
천성이 짐싸서 옮기는 일을 싫어하지만 그리스 여행은 그게 안 된다.
워낙 섬이 많고 가고 싶은 데가 산재하는 바람에 작년 로마생활과는 너무 달라서 하루 빨리 이 그리스 답사는 끝장내고서 어디 한 군데 아지트 겸 해서 정착하고 싶다.
향수병? 그런 게 왜 없겠는가?
더구나 지금 내가 다니는 그리스는 아주 일부하는 지역을 제외하고선 한국사람은 씨가 말랐으니
말이라 해봐야 생존 잉글리시가 전부이며 고작 이런 글로, 혹은 가끔 유적 돌아보며 동영상 촬영할 때 시청자 없는 혼자 방송 1분짜리가 전부다.
절대고독? 뭐 거창하지만 어느 정도 틀린 말은 아니다.
더구나 떠날 때 벌인 일들은 마무리도 못하고 떠넘기고 왔으니 어찌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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