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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6

두 가지 유형의 한문 고전 역주본 논어며 맹자니 하는 한문 고전 역주본으로 두 가지가 항용 필요한데 1. 간략본 2. 번삽본 두 가지다. 전자는 항용 휴대하며 외고 음미하기 위함이며 후자는 깊은 공부를 위함이다. 간략본은 주석을 최소화해야 하며 번삽본은 주석이 번삽하기 이를 데 없어야 한다. 주희가 대표하는 성리학의 소위 집주본은 번삽하기만 하고, 알맹이는 없으며 더구나 주석은 90%가 틀려서 씨잘데기가 하등에 없다. 후자를 대표하는 집주서가 중국 본토에서는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가 기획하는 중화요적집석총서中華要籍集釋叢書가 내 보기에는 향후 20년 대세를 장악할 듯하다. 전자로는 중화서국이 기획하는 누런 딱지 페이퍼백이 있는데, 이것이 젤로 좋은 듯하다. 후자를 대표하는 성과로 앞서 말한 中華要籍集釋叢書 중 하나로.. 2023. 7. 13.
못 배운 한에 대하여 한국은 과거제가 천년을 간 나라다. 이 부분이 갖는 의미를 간과하기 쉬운데, 고려사절요만 봐도, 고려시대부터 이미 식년시는 정례화해 있었다. 3년에 한번씩 고려시대에는 34명 (조선시대와 달리 33명이 아니다) 꼬박 꼬박 급제자가 나왔다.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3년에 한번씩 34명씩 뽑아 올려도 3년 후에 다시 뽑아 올릴 인재풀이 있다는 소리니까. 고려도경을 봐도 고려시대는 과거제에 기반한 사대부 사회로 이러한 전통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갔다. 일제시대, 식민지조선이 다른 식민지와 달랐던 점은 배워야 한다는 점을 식민지 조선인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부하면 출세한다는 것을 조선인들은 다 알았다. 돈이 없고 학교가 없어 못 갔을 뿐이다. 돈이 없어 학교를 못갔으니 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23. 6. 18.
전공 책 읽지 마라, 공부를 위한 독서 추천 툭하면 문화재 타령, 혹은 역사 타령 일삼는 나를 두고 매양 사람들이 내가 그와 관련한 공부 혹은 전철을 밟지 아니했을까 묻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 그와 아주 동떨어졌다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썩 생소한 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길을 걸었다. 나는 막연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는 문학도였고, 그 희미한 꿈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아주 없어지지는 아니해서 스멀스멀 그때의 꿈이 아련하기도 해서, 그 흔적이 이래저래 묻어나기도 한다. 그래, 나는 제대로 아는 건 없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혹닉한다. 그래서 저들이 남긴 혼이라도 잡지 아니할까 하는 헛된 꿈을 안고서 스트라퍼드 오폰 에이븐을 밟았고, 그리 꿈에 그리던 Sligo를 가서는 감격에 계워 죽는 .. 2023. 1. 24.
學而時習技術, 不亦說呼? 공부하라! 기술 배우라! 는 선현의 가르침 이거 나도 시도때도 없이 듣고 자랐으며, 요새 부쩍부쩍 젊은 친구들한테 하는 말이라, 절실하기는 후자라, 공부는 공부되 기술 습득을 동반하는 공부라면 더 없이 좋겠다 하겠다. 편의상 선현이라 했지만 저 말을 달고 다는 사람은 실은 부모라, 개중에서도 엄마 쪽 닥달은 심하기 짝이 없다. 늙어보니 다 맞는 말이더라. 기술은 특히 직업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정년이라는 제도에 물려 물러나야 하지만 그런 연후에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실로 요긴해서 이것이야말로 평생직장의 보증수표라 하겠다. 저만큼 적실할 것임을 젊어서 몰랐겠는가? 그럼에도 나중에 보면 피와 살이 되는 저 말이 더 적실하게 다가오지 않은 까닭은 언제나 잔소리였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그런 말을 하는 선현 부모 역시 그와는 하등 거리가 먼 .. 2022. 1. 13.
주희가 말하는 독서법 “책을 읽을 때는 먼저 일정한 진도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딱 농사일과 같으니, 농토에 논두렁을 두는 것처럼 한다. 학문을 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다. 오늘날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이 이치를 알지 못하니, 처음에는 매우 민첩하다가 점점 게을러져, 결국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단지 처음에 일정한 진도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讀書不可不先立程限. 政如農功, 如農之有畔. 爲學亦然. 今之始學者不知此理, 初時甚銳, 漸漸懶去, 終至都不理會了. 此只是當初不立程限之故.]" 《주자어류》 권10 〈學4 독서법 상〉 2020. 12. 22.
아들놈한테 주는 아비의 회한 *** 아래는 January 30, 2013 긁적거린 글이다. 아들놈한테 준다 했는데, 아들놈은 지 애비가 이런 글을 썼는지도 모르고, 공부랑은 일찌감치 담을 쌓았노라 써둔다. 언젠간 볼 날 있지 않겠는가 해서 옮겨둔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한문에 혹닉惑溺이랍시고 한 시절은 중2 무렵이었다. 줄곧 말했듯이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엔 책이라곤 교과서와 전과가 전부였으니 한문 교재라고 있을리 만무한 법. 한데 어찌하여 그 무렵에 고등학교 한문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거니와, 한데 어찌하여 거기에서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와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를 알게 되었다. 중학생이 뭘 알겠냐만 그걸 번역문으로 읽고는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그날로 단숨에 두 작품을 반복하여 읽고는 전체를 ..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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