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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4

아부는 거룩한 충성, 죽일 수 없다 바로 앞에서 거란군에 사로잡힌 고려군 수뇌부 넘버 원 강조와 넘버 2 이현운이 걸은 너무나 다른 길을 소개했거니와 아부는 거룩한 충성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내가 기자 초년 시절, 아부로 출세가도를 달린 공장 선배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태식아, 너 아부 말이다. 그거 첨에 들으면 참 거북해, 한데 말이야, 자꾸 들으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결국 자신한테 아부하라는 뜻이었다. 물론 나는 아부를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할 줄 몰랐다. 그러니 해고까지 당하지 않았겠는가? 그렇다 해서 내가 무슨 절의 절개남? 웃기는 소리, 똑같은 놈이다. 거란 성종 야율융서가 진짜로 대인이라면 고려왕한테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강조를 풀어주어야 했다. 대신 "제 두 눈이 이미 새로운 해와 달을 보았으.. 2024. 1. 26.
가장 영리한 자들이 잘 속아넘어가는 아첨 혹은 아부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면전에서 그들에 대한 호의를 과장되게 드러내고, 그들의 좌우명에 공감을 표시하고 결점까지 치켜세워 주면서, 하는 일마다 박수를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왕도는 없더군요. 아첨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을 갖고 논다는 게 뻔히 들여다보여도 상관없어요. 언제나 가장 영리한 자들이 아첨에는 가장 잘 속아 넘어간답니다. 칭찬으로 양념만 살짝 치면 그 어떤 무례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도 삼키게 하지 못할 것이 없어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진정성이 다소 손상되는 건 사실이지요. 그러나 내가 아쉬울 때는 상대에게 맞출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런 방법을 써야만 사람을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잘못은 아첨하는 자들이 아니라 아첨받기를 바라는 족속들에게 있는 거죠. 몰리에.. 2021. 10. 4.
간신諫臣 vs. 간신姦臣 내 직업이 글쓰기인지는 모르겠다. 아닌 듯한데 그렇게 보시는 분도 있을 것이므로 일단 여기서는 그렇게 간주한다. 이런 글쓰기(나는 이를 자주 야부리로 표현한다)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늘 조심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청중이, 독자가, 시청자가 듣고 싶은 말만 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개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로 좋은 작가는 그들이 불편해야 하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글쓰기는 시종 유혹과의 백병전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용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듣고 싶지 아니하는 말을 들을 여유, 혹은 그런 문화가 조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가? 뭇매 맞기 십상이라, 듣고 싶지 않은 말은 곧 매장과 동의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지금 이 순간 한국사회 곳곳에서.. 2019. 6. 11.
듣고 싶은 말만 듣는자, 우리는 그를 독재자라 부른다 〈 HULTON ARCHIVE/GETTY IMAGES 〉 죽을 때가 다 된 킹 리어 King LEAR, 아들 없이 딸만 셋을 둔 그가 딸들을 불러다 놓고 충성 경쟁을 즐긴다. 묻는다. "너희는 얼마나 아비인 나를 사랑하느냐. 날 사랑하는 딸한테 내 왕국 3분의 2를 주겠노라" 첫째와 둘째는 갖은 아양으로 아버지가 듣고 싶은 말을 한다. 막내 코딜리아 차례가 되자 킹 리어는 묻는다. What can you say to draw A third more opulent than your sisters? Speak. 이런 물음 뒤에 이어지는 대화 CORDELIA : Nothing, my lord. LEAR : Nothing? CORDELIA : Nothing. LEAR : How? Nothing will come.. 2018.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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